[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지난 19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교원단체에 소속된 교사 22만 여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음에도 조 의원은 공개를 강행했다. 이날 조 의원의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증으로 마비됐다.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공개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다음날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명단 공개와 그 이후에 이어진 상황들을 살펴봤다.


◆ 조 의원, 19일 홈페이지 통해 명단 공개 = 조 의원은 19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 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 5개 교원단체 및 노조 소속 교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홈페이지에는 교원의 이름과 학교, 소속 단체 및 노조, 담당 과목 등이 학교별, 이름별로 분류돼 있다.

조 의원이 공개한 현황에 따르면 교총에 16만280명, 전교조에 6만1273명 등의 교원이 가입돼 있다. 5개 노조 전체로 보면 22만2479명이다.


조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차례 법률전문가들과 상의한 끝에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교육혁신을 위해 학부모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교육 관련 모든 정보가 투명하고 정확히 공개돼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전교조, 공개 당일 강하게 반발 = 이에 대해 전교조 측은 국회의원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와 고발 등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이날 오후 밝혔다. 명단 공개 직후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전교조 측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전혁 의원이 국회에서 주장한 명단 공개의 당위성은 이미 법원의 판결문으로 그 정당성을 얻지 못하였다”며 “국회의원이 얻은 자료를 분석 공표하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하나 이는 개인의 정보에 해당하는 것은 공개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이 판결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교조 측은 조 의원을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와 고발 조치 등도 강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교조 측은 “조전혁 의원을 상대로 집단적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법률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 국회의원도 결코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주장했다.


◆ 교총 ‘법원결정과 배치되는 명단 공개 바람직하지 못하다’ = 다음날인 20일에는 교총도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총 측은 명단 공개에 대해 “학부모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점은 인정하나 공개에 따른 법적근거 미비,법원의 결정 부정, 시기·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총 측은 “학부모의 알권리는 법이 보장하는 한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면서도 “그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서울남부지법에서 공개를 금지했음에도 공개를 강행한 부분을 지적했다.


◆ 조 의원,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 이런 가운데 조 의원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23일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단체 명단공개는 개인이 아닌 국회의원으로 행한 직무행위"라면서 "서울 남부지법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재판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법부가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사전에 심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며 "남부지법은 재판을 해서는 안 될 사건을 재판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조전혁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교총 ‘외국에서는 유래없는 일’ = 이날 교총은 이번 명단 공개에 대해 세계교원단체총연합회(EI) 등 세계 각국 교원단체에 문의한 결과 "유사 사례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23일 밝히기도 했다.


교총에 따르면 EI 프레드 반 리우벤 사무총장은 답변서를 통해 “교원단체(노조) 회원정보를 공개한 것은 교원단체(노동조합)의 권리를 매우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EI는 다른 나라, 최소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아직까지 그러한 정보가 공개된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세계노동기구 법은 '노조 회원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명부를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해당 명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I는 교총이 요구할 경우 이번 사안을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CFA)에 제소하고 한국 정부에 보낼 항의서한을 준비할 수 있다는 뜻도 함께 보내왔다고 교총 측은 전했다.


일본교직원조합 역시 나카무라 유즈루 위원장과 오카모토 야수나가 사무총장 공동명의의 서한을 통해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전례가 없다”며 “그의 행동은 교원의 시민사회 권리와 위배되므로 이번 일에 대해 한국교총(사무총장)은 해당 국회의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선 교사들 ‘당혹.. 왜 공개?’ = 한편 명단 공개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낸바 있다.


19일 오후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총 소속이셨냐”는 물음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 교사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물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명단이 공개된 줄 몰랐다는 이 교사는 “개인정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식으로 공개됐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큰 관심은 없지만 왜 공개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역시 교총 소속인 이 교사는 “명단을 공개한 것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왜 공개했나 싶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교총 소속이다 전교조 소속이다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으므로 공개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지만 굳이 명단을 공개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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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한 교사는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교사는 “학교 행정업무를 전산처리할 때도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보호하려고 노력한다”며 “하물며 성인인 교사들의 정보를 아무런 동의도 없이 저런 식으로 공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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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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