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연기됐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그리스 지원 논의가 21일(현지시간) 재개됐지만 시장 불안감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채 투매가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로 번진 한편 독일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미달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국가 부채 위기가 유럽 재정불량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으로 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절정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그리스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뿌리 깊은 불안감에 눈덩이 부채를 떠안은 선진국도 결코 재정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 가시지 않는 불안감..원인은? = 본격적인 지원 논의가 막을 올렸지만 투자자들은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다. 이날 10년물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8.4%를 기록했다. 그리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 역시 전거래일 대비 31bp 오른 495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 역시 장중 510bp까지 뛰었다. 외부 지원 의지에도 그리스의 부채 상환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는 얘기다.
불안감의 배경에는 지원이 불발될 가능성과 지원이 이뤄진 뒤에도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를 선언할 위험 등이 자리잡고 있다. 베어링스의 토비 냉글 디렉터는 "날이 갈수록 그리스의 수익률은 뛰고 있다"며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실제 구제금융 자금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국가의 의회가 지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과 선거를 앞둔 독일이 여론을 의식해 그리스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로존 장관들은 5월17일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 자금이 실제로 마련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또 과연 85억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5월19일 이전에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의 크리스챤 켈러 투자전략가는 그리스가 내주께 지원요청을 해야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재정위기, 전유럽·전세계로 확산되나 = IMF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발표된 '세계경제전망'에서 IMF는 "가장 큰 리스크는 가까운 시일 내에 그리스 부채 상환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대대적인 국채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 시장에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10년물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11bp 오른 4.80%를 기록했고,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는 11bp 확대된 166bp로 벌어졌다. 이는 작년 3월10일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럽의 '모범생' 독일도 마찬가지. 이날 독일은 30억유로 규모의 30년물 국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 미달'이라는 이례적인 수모를 겪었다. 입찰 규모가 27억2500억유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 전문가들은 독일의 그리스 지원이 독일 정부의 재정에 부담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재정위기가 유럽 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웹사이트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다른 국가로 퍼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재정문제는 특히 유로존의 '픽스(PIIGS)'라 불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아일란드, 그리스, 스페인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OECD 국가들도 당면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루비니는 그리스 문제가 구제금융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유로존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경쟁력 상실, 높은 임금 상승률과 생산성을 넘어서는 노동비용, 일관성 없는 재정정책, 2002~2008년 사이에 있었던 유로화 절상 등에서 비롯됐다"며 보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했다.
◆ 빠르면 주말에 지원 요청할 수도=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유럽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 IMF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재정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의 3년 경제 정책에 관해 논의하는 이번 만남은 2주간 이뤄질 것이고, 늦어도 5월15일까지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와 EU, IMF 관계자들 간의 이번 만남은 사실상 구체적인 구제금융 절차와 시기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르면 파파콘스탄티누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연례 회의에 참석하는 이번 주말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파파콘스탄티누 장관은 "공동성명에 근거해 그리스가 지원 요청을 할 경우, 그 절차는 그리스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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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성명 발표에 앞서 그리스가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파파콘스탄티누 장관은 "이론적으로 그리스는 당장 내일이라도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이른 시일 내 지원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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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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