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대형건물에는 자동문이 달려있다. 하지만 10년, 20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문은 귀했고 대부분의 경우 손으로 밀거나 당겨서 출입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수동문 가운데 은행점포의 출입문이 유난히 두껍고 묵직했다. 고객불편을 알면서도 은행측에서 문을 일부러 무겁게 제작한 것은 문의 중량감을 통해 은행에 맡기는 예금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은행산업은 무거운 출입문과 같이 은행의 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겨 금융소비자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IMF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데 주력함에 따라 은행의 공공성을 기대하는 금융소비자에게는 많은 불만을 초래하게 됐다. 더군다나 은행의 중소기업과 관련된 꺾기 관행이나 펀드불완전 판매 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소비자에게 은행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은행의 리스크가 감축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금융감독당국과 은행들에 퍼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은 영업시간 이후 대출원리금 납입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은행의 불합리한 금융관행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등 금융위기로 고통을 받는 서민계층과 영세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추진한 바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감독 패러다임 구축을 2010년 최우선 업무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ㆍ운영하는 등 소비자보호의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 못지않게 금융소비자 없이는 금융회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은행 스스로가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몇 년 전 드라마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적인 경영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고객에게 실천한 좌우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같다"는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은 '재물에 있어서는 물처럼 공평해야 하고 사람에 있어서는 저울대처럼 바르고 정직하게 하라'는 윤리경영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사업의 목적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생존이 돼야 하고 사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용'을 바탕으로 '절제와 균형'으로 재물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업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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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금융소비자들이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은행을 먼저 찾는 이유는 거래의 편의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 고객에게 은행이 더욱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을 위해 고객의 믿음을 저버린 기업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금융소비자는 은행에 비해 정보와 조직력 면에서 열등한 상황에 있다. 은행은 많은 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우위의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 반해 금융소비자는 복잡한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같은 소비자와 연대해 권리를 추구하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가 참다운 금융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 금융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은행 스스로가 금융소비자를 이해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제고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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