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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억 '허트 로커', 6000억 '아바타' 침몰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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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6000억원을 쏟아 부은 '아바타'가 125억원을 들인 '허트 로커'에 완패했다. 1998년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휩쓸며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쳤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엔 전처인 캐스린 비글로 감독에게 무릎을 꿇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허트 로커'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바타'는 '허트 로커'와 함께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촬영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등 3개 트로피를 받는 데 그쳤다.
'허트 로커'는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 테러리스트들이 설치한 폭발물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미군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반의 활약과 공포를 그린 전쟁 영화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K-19 위도우메이커' 이후 7년 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비글로는 여성감독으로서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아바타'와 '허트 로커'의 경쟁은 후보 발표 이후부터 줄곧 화제가 됐다. 두 감독이 한때 부부 사이였다는 것 외에도 제작비의 엄청난 차이가 관심을 모았다. '아바타'는 제작기간만 4년이 걸렸고 기획까지 치면 14년이 소요됐다.

'아바타'의 추정 제작비는 2700억원이지만 6000억원 이상 들어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에 비해 '허트 로커'의 규모는 '아바타'의 20분의 1 혹은 50분의 1이다. '허트 로커'의 제작비 125억원은 국내 영화 '전우치'와 비슷한 규모다. 한국에서는 블록버스터급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영화다.
'아바타'는 흥행에서도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다. '아바타'는 지난 주말까지 전세계적으로 25억 5918만 9000달러(약 2조 9000억원)의 어머어마한 극장수입을 거둬들였다. '허트 로커'의 수입은 '아바타'가 모은 것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지난 주말까지 '허트 로커'의 전세계 극장 수입은 2135만 6139달러(약 242억원)다. 국내 영화관 요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330만명 정도 든 셈이다.

'허트 로커'의 압도적인 승리는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예견된 바 있다. '아바타'가 '허트 로커'를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거의 유일하다. '허트 로커'는 지난달 2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등 총 6개 트로피를 독차지했으며, '아바타'는 시각효과상과 미술상 등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허트 로커'는 이외에도 전미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 샌프란시스코비평가협회, 런던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 보스턴비평가협회, 온라인비평가협회 등의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휩쓸었다.

아카데미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아바타' 대신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허트 로커'에 손을 들어준 것은 '크래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작품성 위주의 영화에 잇따라 작품상을 준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윗 '아바타'의 영광은 전세계 흥행 1위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골리앗 '허트 로커'의 오스카 압승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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