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주식 투자는 도박과 같다.'


대박의 꿈을 안고 주식시장에 입성한 투자자가 백전백패하고 나올 때면 일갈하는 말이다. 초보 투자자가 경험자들에게 듣고는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선입견부터 갖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주식과 도박이 정말 같을까. 선택을 해야 하고,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럴 듯한 말이다. 공교롭게도 투자자와 도박꾼 모두 자신의 리스크 성향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고, 리스크와 기대 수익률을 적정선에서 조율해야 한다.


투자자는 통상 투자자금의 5% 내외에서 손절 범위를 정한다. 비교적 큰돈을 장기간 굴리는 투자자라면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마련이다. 분산과 자산 배분은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리스크 관리 방법이다.

도박꾼 역시 게임을 벌일 때 자금을 신중하게 나누는 것이 승패의 관건이다. 확률계산법(pot odds)을 이용하면 판돈 대비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다. 패가 마음에 들면 도박꾼은 과감하게 베팅한다. 대부분의 전문 도박꾼은 리스크 관리에 상당히 노련하다. 도박이든 투자든 관건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률은 최대화하는 데 있다.


일반인이 즐겨 찾는 도박 중 하나가 스포츠 베팅이다. 경마나 경륜은 대중화 바람을 타고 사이버 세계에서도 영토를 넓히고 있다. 경마장에서 특정 말에 베팅을 했는데 경기에서 지면 판돈을 모두 잃게 된다. 대부분의 스포츠 도박이 그렇다. 리스크와 기대 수익률을 적정선에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전형적인 '모 아니면 도'의 게임이다.


여기서 투자와 도박의 차이가 나타난다. 주식 투자자는 종자돈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리스크 선호도에 따라 5%든 10%든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어쨌든 주가가 떨어진 만큼 손실을 떠안아야 하지만 한 순간에 투자자금 전액을 날려야 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달리 말하면, 손실을 본 종목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주식시장이고, 때문에 경마장과 차별화된다. 경마장에서는 판돈을 건 경주마의 우승 가능성이 희박할 때 다른 도박꾼에게 마권을 10% 싸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도박과 투자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시간에서도 나타난다. 도박은 미리 정해진 시간 안에 승부가 갈리는 반면 주식 투자는 해당 종목이 파산하거나 상장 폐지되지 않는 한 계속 보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도박은 일단 게임이 종료되면 내기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끝난다. 따거나 잃는 것 중 한 가지 결과만이 기다리는 곳이 도박장이다. 반면 주식 투자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미리 정해 둔 손절 기준에 따라 손실을 확정지을 수도 있지만 투자한 종목에 강한 확신이 있으면 인내심을 갖고 주가가 상승 반전해 목표 수익률에 이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식은 배당이라는 형태로 투자한 시간과 감내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따른다. 노련한 투자자는 주식 투자의 묘미를 자본 차익보다 배당 수익이라고 말한다.


노련한 도박꾼과 훌륭한 투자자는 자신이 손에 쥔 패나 종목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의 움직임도 세심하게 관찰한다. 일반적인 도박꾼은 상대편이 내놓는 화투장에만 신경을 쓰는 반면 노련한 이들은 상대방이 손에 쥔 패가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뿐만 아니라 함께 도박을 벌이는 타짜들의 특징적인 행동을 파악해 상당히 쓸모 있는 정보를 얻고,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를 미리 계산해 움직인다.


이와 유사하게 주식 투자자도 군중의 심리와 행위를 분석한다. 시장의 심리와 행동의 패턴은 각종 차트에서 나타난다. 특히 차티스트는 과거의 패턴에서 미래의 주가 움직임을 읽어낸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기술적 분석이다.


도박과 투자의 차이점은 정보에서도 나타난다. 정보는 도박의 세계에서나 투자의 세계에서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기업 실적을 포함해 신규 사업 진출이나 각종 재무지표 등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는 다양한 창구를 통해 공개된다. 다만, 투자자가 얻는 주식 관련 정보가 백퍼센트 정확한 것은 아니다. 내부자 거래가 발생하거나 감독당국이 날마다 거래 동향을 감독, 감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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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라스베이거스나 강원도에서 블랙잭 판을 벌이면 어떨까. 특정 테이블에서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정보는 전무하다. 각 테이블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는 있겠지만 수익을 올리는 데 쓸모없는 정보일 뿐이다.


이래도 주식 투자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까. 주식시장에는 한 탕을 노리는 투기 심리뿐 아니라 가능성을 지닌 기업과 함께 자산을 늘리고 싶은 꿈이 있지만 도박장에는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탐욕이 있을 뿐이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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