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엔화 강세에 힘입어 월가의 심장부를 공습했던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1~3월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금액 기준)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일본 M&A 자문회사인 레코프에 따르면 1~3월 출자를 포함한 M&A는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1조382억엔(약 13조315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9월은 엔화 강세를 등에 업고 세계적 금융 위기 여파로 헐값에 나온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이었지만 금융 위기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M&A를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다케다약품공업이 미국 바이오 의약품 업체인 밀레니엄을 88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6월엔 다이이치산쿄가 인도 최대 제약업체인 란박시에 46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상반기에는 제약업계의 M&A가 두드러졌다.
이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인 9월 하순에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미국 모건스탠리의 지분 20% 가량을 인수하는 한편 노무라홀딩스가 리먼의 아시아·유럽 부문을 인수하는 등 일본 금융업체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부를 파고들었다. M&A 금액은 9월 한달 동안에만 2조엔을 넘어섰다.
M&A는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17.2%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는 39.4%, 3월에는 69.8% 각각 감소했다. M&A 건수도 1~3월에 5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줄었다.
경기 악화로 합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M&A가 논의되는 도중에 중단되는 사례도 급증했다. M&A가 중단된 사례는 전년 동기 대비 2.5배 늘어난 23건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세계적 경기 둔화 여파로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도 여전히 많아 국경을 초월한 M&A 수요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은 8000억엔의 증자를 계획, 인수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미국 씨티그룹 산하의 닛코 코디알 증권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M&A 관계자들은 경제 혼란이 가라앉아 실적이 순조롭게 회복되면 일본 기업들의 M&A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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