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은행법이 강력범죄 예방 및 검거에 도움이 된다는 경찰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일 "사건 현장에 머리카락, 혈흔 등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조그만 단서라도 있으면 범죄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강력범 검거는 물론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의자의 무죄를 밝히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재범률이 높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범죄인 유전자 관리는 꼭 필요하다. 인권보호만큼 사회안전도 중요하다"며 법안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은 최근 국가가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와 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유전자 정보를 취득해 관리하는 유전자은행법을 입법예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관리대상은 살인, 강도, 강간ㆍ추행, 방화, 절도, 약취ㆍ유인, 체포ㆍ감금, 상습폭력, 조직폭력, 마약, 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11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및 수형자다.
 
법안은 구강 점막을 채취하거나 간이 채혈 등 최소한의 절차를 거쳐 유전자 감식 시료를 수집하되, 피의자나 수형자가 유전자 채취를 거부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로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안은 수형인이 재심에서 무죄, 면소, 공소 기각 판결을 받거나 구속 피의자가 불기소 처분을 받을 경우 유전자 정보를 삭제하고, 사망했을 때도 관련 정보를 폐기토록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역시 이 같은 내용의 유전자은행법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강력범죄는 항상 재범자에 의한 범죄가 많다"며 "재범자에 의한 범죄일 경우 범죄 현장에 남아있는 머리카락이나 혈흔 등을 통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력 범죄 전과자의 유전자를 확보하고 있다면 미제사건 해결률도 상당히 높아지고, 연쇄범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자들이 자신들의 유전자 정보가 보관돼 있다고 인식하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미 전세계적으로는 80여개 주요 국가들이 유전자 정보를 구축했거나 법률을 가지고 있고,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관련 법을 시행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유전자 은행법을 오는 29일 예정된 공청회 이전에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한편 유전자은행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17대 국회에서 '유전자감식정보 수집법안' 상정으로 시작됐지만 당시 인권단체의 반발로 자동 폐기됐다.
범죄자 DNA를 강제로 채취하는 행위는 과도한 인권 침해다. 강력범죄 및 연쇄범죄 예방이라는 공공이익 차원의 목적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권은 공익에 상위하는 가치다.

이는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특히 사법 절차상의 수많은 규약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력한 살인 용의자가 있다고 치자. 물증이나 심증이 워낙 뚜렷해 누구도 그의 혐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징역형이든 사형이든 당장 어떤 엄벌이 내려져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법은 그에게 기회를 준다. 우선, 항소와 상고 권한을 부여한다. 나랏돈으로 변호인도 붙여 준다.

그는 조사를 받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형이 확정 되고 집행 되기까지 길게는 몇 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혐의가 너무도 분명한 용의자에게 이처럼 촘촘한 권한이 주어진 이유가 뭘까. 인권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만천하에 혐의가 드러난 용의자 한 명을 처벌 하는데도 엄청난 돈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며 "이는 당연히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법적인 틀 자체가 인권 존중 차원에서 극단적으로 조심스럽게 짜여져 있는데 수사를 용이하게 하려 사람 DNA를 보관하고 있겠다는 것은 법의 목적과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이 추구하는 주요 가치가 인권인데 법 적용을 위해 인권을 허물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얘기.

이와 관련, 인권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경찰이 주민번호와 지문에 이어 DNA까지 채취 함으로써 국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범죄자 DNA를 채취하기 시작하면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 불법 수집 현상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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