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부스스한 머리카락 속에서 루루가 뿅 하고 고개를 내민다. 자기 딴에는 따뜻한 곳을 찾아서 잠이 들었나보다. 녀석이 잠이 깨서 나갈 때까지 다시 눈을 감고 기다렸다. 루루는 노란 아기 잉꼬다.

◇ "어떻게 새를 기르세요?"
우리집에 새가 살고 있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휘둥그런 눈으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애완동물의 대표주자 격인 개, 고양이를 젖혀두고 새를 기르기로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얼굴이다.

새는 호불호가 분명한 동물 중의 하나다. 무서운 닭발을 떠올리게 하는 정 떨어지는 모양새의 발, 가로수 길에 떼로 몰려다니는 비둘기의 똥, 그러다가 딱딱한 부리에 쪼이기라도 하는 날이면? 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이런 것들을 떠올리며 몸서리친다.

기자 역시 새를 키우기 전에는 같은 반응을 보이는 유형이었다. 그러나 새를 키우면서 아직도 그 귀여운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다.

새를 기르는 일은 참 만만치 않다. 모이와 물을 챙겨주는 일은 그리 까다로운 수준을 아니지만 병에는 속수무책이어서 한번 새가 병에 걸리면 몇 안되는 조류 전문 애완동물 병원을 찾아 전전하기 일쑤다.

그러나 만약 새를 기르기로 마음먹었다면 당신은 곧 '뒷짐을 지고 다니면서 온갖 일에 참견하는 어린아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 각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새의 대표적인 특성이 '각인'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본능적으로 가지는 학습 양식의 하나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한정된 시기에 습득해 영속성을 가지게 되는 행동"이다.

아기새가 알에서 깨자마자 처음 보는 대상을 엄마로 인식하는 재미있는 경우를 책이나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인은 꼭 처음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보통 어린 새들은 대개 모이나 이유식을 주는 사람을 졸졸 따라다닌다. 새장 밖에서 노는 어린 새는 발자국 소리를 내며 뒤뚱뒤뚱 주인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데 심지어 화장실까지 따라오려는 굳은 의지를 보인다.

급기야 나중에는 어린새와 함께 샤워를 같이 해야 하는 민망한 상황도 생긴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애착이 도무지 마음을 거둘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각인은 애완조가 갖는 최고의 장점이다.

◇ 만만치 않은 첫 만남, 인내심은 필수
새를 기르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집에서 기르는 부모새가 알을 낳아 처음부터 기를 때도 있지만 대개는 '분양'과정을 거쳐 새를 데려오기 때문이다.

애조인들은 번식만을 목적으로 기르는 새를 '번식조', 애완용 새인 '애완조'를 나눈다. 애완조를 기르기 위해서는 낯선 환경을 접한 어린 새와 참 골치아픈 실랑이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 인내심은 필수다.

어린 새는 낯선 사람과 환경에 겁을 먹고 모이를 거부하거나 구석진 곳에 숨기도 한다. 주인이 만지기를 거부하고 입질(무는 행동)을 하며 때로는 괴성을 질러 주인을 경악케 한다.

다른 애완동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첫 만남이 아주 중요하다. 운이 좋아서 유순한 새를 만나지 않는 한 애완조를 기르려면 이런 과정은 어쩔 수 없다.

모이를 줄 때 손바닥에 조금씩 얹어서 먹이고 달래고 꼬시고 해야 겨우 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새를 기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처음 새가 손 위에 올라와 앉았을 때가 아닐까.

"솔비가 드디어 저한테 마음을 열었습니다. 애완조인데도 풀어주면 곧장 새장으로 도망가고 새장에서 나오는걸 싫어했는데 꾸준히 예뻐해주고 사랑해주기를 두 달, 오늘 드디어 이 녀석이 저에게 마음을 열었네요" <앵무새 동호회 '앵무세상'의 한 회원>

기억해 두자. 두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 2만여 애조인, 새에 푹 빠지다
우리나라에서 애완조류를 키우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가장 회원수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 포털사이트의 '사랑스러운 애완조류'
(http://cafe.daum.net/lovelovebird) 회원수가 1만8534명(2009년 3월 8일 현재)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2만명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나 고양이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새, 특히 앵무새에 대한 애조인들의 사랑은 유별나다. 말을 할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앵무새는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이 된다.

앵무새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부를 것을 강조하는 애조인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이란 단순히 장난감이나 애완용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서의 가치를 부여한 용어다.

아울러 중대형 앵무의 경우 수명도 길어 상당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다. 관상조류총감에 따르면 큰유황앵무의 경우 최장 100년까지 살았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새는 화려한 깃털과 초롱초롱한 눈. 충직한 사랑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고분고분하지도 않은 동물이다.

한 새 전문가는 "발을 손처럼 사용하는 새, 사람처럼 헌신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새,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처럼 말하는 새. 게다가 아름답고, 사람처럼 오래 살아 평생을 옆에 둘 수 있는 새"라고 앵무새를 설명했다.

종류도 다양하다. 조류총감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앵무는 깃털이 예쁜 대형 앵무가 많은데 현재 수출 금지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전에는 유럽에서 수입해 번식시켜서 수출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잉꼬류도 열대권에 서식하는 앵무새로 이국적인 생김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종은 목도리 앵무, 대본청앵무, 달마앵무,사탕앵무, 소청앵무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곧잘 따라하기 때문에 혼자사는 노인이나 어린이의 반려동물로서 안성맞춤이다.

길이 잘 든 애완조는 주인의 어깨에 앉아있기를 즐겨 친숙함도 두 배로 느낄 수 있다. 훈련이 잘 될 경우 앵무새는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장난감을 갖고 놀 것이다. 때로는 토라져서 주인의 애를 태우거나 컴퓨터 키보드위를 뛰어다닐지도 모른다.

이처럼 새와 함께 하는 시간은 당신에게 틀림없이 충만한 기쁨을 선물할 것이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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