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영어' 송성문씨, 꿈을 남기고 떠나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는 단순한 책 몇 권이 아니라 미래와 희망이었다. 44년 전에 탄생한 성문영어 시리즈 얘기다. 1970~1990년대 중ㆍ고등학생들은 이 책으로 시험을 이기고 세월을 넘어 대학에 갔다. 성문종합영어는 영어의 바이블로 통했고, 교재의 교본이었다.
기본ㆍ핵심ㆍ종합으로 이뤄진 성문영어 시리즈는 잘 나갈 땐 일 년에 30만부 넘게 팔리기도 했다. 성문종합영어 지문이 서울대를 포함한 주요 대학의 본고사에 그대로 출제되기까지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 책의 나이는 올해 마흔 넷. 중년이 되도록 잊혀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한 게 있다면, 이제 학교 앞 서점이나 헌책방이 아닌 인터넷에서도 사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총 1000만부 넘게 팔렸다.
성문영어보다 40년 가까이를 더 살아낸 저자 송성문(사진)씨가 22일 오후 4시30분께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1931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신의주교원대를 졸업하고 한국전쟁 때 통역장교로 일하면서 영어 검정고시 중ㆍ고등과정에 합격했다. 이후 부산 동아대를 졸업한 그는 부산고와 마산고, 서울고 등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고인이 성문영어를 처음 펴낸 건 1967년이다. 문법과 독해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1976년 성문출판사가 등장하면서 제호가 '정통'에서 '성문'으로 바뀌었다.
고인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 개인적으로 수집한 국보 4건, 보물 22건 등의 문화재를 2003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여기에는 국보가 4건, 보물이 22건이나 포함됐다. 국보 271호인 초조본현양성교론(初雕本顯揚聖敎論), 국보 246호 대보적경(大寶積經)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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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보적경은 국내에서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던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다. 이는 고려 현종대(1009~1031)에 불력(佛力)으로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판각된 세계 두 번째 한역(漢譯) 대장경이다. '통일이 되면 고향 정주에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꿈은 하늘나라에서 이루게 됐다.
2003년 간암 판정을 받은 고인은 지금까지 투병생활을 하며 버텨왔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돼 더 버티지 못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이며 발인은 24일 오전 6시다. 유족은 부인 오화순씨와 장남 철(성문출판사 대표), 차남 현(미국 거주), 딸 미선 씨다.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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