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총은 특정 단지 혹은 지역의 모든 아파트 매매가격의 총합을 뜻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필두로 한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의 시총이 뚜렷하게 상승하는 반면 외곽 지역은 시총이 감소하면서 서울 내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5일 부동산R114가 제공한 '서울시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전체 시총은 1689조49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의 1630조176억원과 비교해 넉 달 동안 3.64%, 금액으로는 59조4805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에서 강남 3구의 상승분 합계는 42조131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0.8%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이 기간에 286조7428억원에서 303조1334억원으로 16조3906억원 상승했다. 부동산R114의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 시총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월평균으로는 4조원 이상 시총이 늘었다. 송파구도 200조5865억원에서 213조5176억원으로 12조9311억원 증가했으며, 서초구는 192조3291억원에서 205조205억원으로 12조6914억원 상승했다. 상승률로 보면 서초구(6.59%), 송파구(6.45%), 강남구(5.72%) 순으로 서울 지역 1~3위를 휩쓸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시총에서 강남 3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41.7%에서 42.7%로 1%포인트 증가했다.

강남 3구에 이어 성동구(4.02%), 강동구(3.47%), 용산구(3.40%), 마포구(3.01%) 등 한강 인접 지역들이 줄줄이 시총 상승률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 모두는 한강을 끼고 있거나 인접해 '한강벨트'로 불리는 지역들이다. 한강을 낀 입지 프리미엄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뒤를 양천구(2.98%), 동작구(2.95%), 종로구(2.77%)가 이으며 '톱10'을 형성했다. 양천구와 동작구, 종로구는 도심업무지구(CBD)나 여의도업무지구(YBD)와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불리는 서울 외곽지역의 시총은 관악구(0.35%)를 제외하면 모조리 시총이 감소했다. 금천구(-1.07%)는 시총이 13조1848억원에서 13조440억원으로 줄며 하락률 1위를 기록했고, 이어 강북구(-0.62%), 도봉구(-0.47%), 노원구(-0.24%), 구로구(-0.06%), 중랑구(-0.05%)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체 25개 구 중 6개 구가 시총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신축 아파트 비중이 작고 학군·교통·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력도 강남권에 비해 낮은 것이 공통적인 약점이다. 이 중에서 도봉(27조9777억원)과 강남의 시총 격차는 약 11배에 달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시총 양극화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소득 양극화가 주거 양극화로 전이된 것"이라며 "교육, 문화, 교통, 녹지, 병원 등 이른바 '완벽한 입지'를 갖춘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강남권·용산 등 핵심지 중심으로 시총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도시들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서울도 이를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