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 "매물보다 전세난 걱정"

이르면 이달 말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세입자가 있는 비거주 1주택자도 집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지난 9일 끝난 뒤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예외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는 일정 부분 매물 잠김 완화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현장에서는 "매물이 쏟아지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12일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매수자가 무주택자인 경우에 한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더라도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발표 당일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A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오후 6시가 지나면서 다주택자 집주인들이 세 낀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모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내놓았던 매물인 만큼 단순히 세 낀 매도만 허용해준다고 이들이 시장에 다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갭투자가 횡행해 지방에서 매수 수요가 대거 몰렸던 2021년과 달리 최근에는 서울에 전세를 살면서 투자용으로 한 채를 사둔 매수자가 대부분"이라며 "본인이 가진 집 한 채를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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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삼성동 B중개업소 대표는 "오늘 발표한 사안이라 아직 문의는 한 건도 없다"며 "가격대가 내려가야 움직이는데 안 내려가는 상황이라 현장 반응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그냥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올라가는데 굳이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보유세를 얼마만큼 매기느냐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텐데 아직 그건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오히려 15억원 미만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전·월세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성북구 길음동 C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이사비로 5000만원을 얹어준다고 해도 전세를 구하기 워낙 어렵다 보니 세입자가 나가려 하지 않는다"며 "길음동에선 신혼부부 등 실거주 매수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비거주 1주택자 세 낀 매물까지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전세가 씨가 마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를 형평성 차원의 보완책으로 평가하면서 매물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교수는 "갈아타기나 개인 사정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 1주택자도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필요한 보완책이라고 본다"며 "매물 출회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물 잠김을 풀겠다는 취지였다면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를 처음부터 함께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교수는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주택자라고 해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처럼 별도 규제가 붙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모든 '세 낀 1주택'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정부가 적용 대상과 제외 대상을 세밀하게 정리해 발표해야 한다"며 "검토 중이라면 언제쯤 제도를 시행할지 로드맵도 함께 제시해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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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가 급등장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쌓일 경우, 적은 거래량만으로도 수천만 원씩 가격이 뛰는 비정상적인 집값 급등 현상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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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위원은 매물 증가만으로 집값 방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매물이 늘면 집값이 내려가고, 매물이 줄면 오른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볼 수 없다"며 "매물은 가격 결정 요인 중 하나일 뿐이고, 수요와 금리, 투자 심리 등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움직이면 매물이 늘어도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전·월세 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비거주 1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판 집을 매수자가 나중에 직접 들어가 살게 되면 전세 공급이 줄어든다"며 "전세시장이 더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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