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일본은 전략분야촉진세제로 자국 산업을 두껍게 보호하고 있다. 중국 역시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자국 전기차 산업을 전방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국내에서 차를 생산하는 기업조차 마땅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할 카드로 거론되는 것이 '국내생산촉진세제'다.
19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1%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3.1%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국산 전기차의 비중은 74.2%에서 57.9%로 16.3%포인트 떨어졌다. 수입차 전체 비중도 25.8%에서 42.1%로 크게 확대됐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들의 차량까지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가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량 1위 테슬라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모델Y와 모델3는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6만대 가까이 팔렸다. 사실상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가 수입차 판매 순위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차를 핵심 수출 동력으로 삼은 중국 산업계의 전략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을 겨냥한 공세는 한층 격화될 수밖에 없다.
BYD의 약진은 그 서막으로 읽힌다. 중국 브랜드라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10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10위에 진입한 BYD는 올해 1~4월에만 5991대를 기록, 단숨에 4위로 도약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중국차 약진의 핵심에는 다른 나라가 따라가기 어려운 원가 경쟁력이 있다. BYD는 전기차임에도 동급 국산 내연기관 차량과 단순 가격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가격을 낮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 수직계열화된 부품 공급망에 더해 중국 정부의 전방위 지원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물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전력·토지 등 생산 인프라 지원, 핵심 광물 공급망까지 정부 차원에서 직접 떠받치며 자국 업체에 막대한 원가 우위를 안겨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구매 보조금 중심의 수요 진작책에 머물러 있을 뿐, 국내에 공장을 짓고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을 직접 떠받치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미국이 기업들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고, 일본이 전략분야촉진세제로 전기차·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국내 생산을 10년간 세제 혜택으로 뒷받침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단순한 보조금 확대를 넘어 한국 땅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산업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무역 마찰이 생기지 않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충분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부품과 국내 부품업계가 완성차에 납품하는 부품의 원가 차이가 워낙 커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는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국내생산촉진세제가 단순히 대기업 배만 불리는 제도가 아니라 해외에 수출되는 국산차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면 업계 생태계 전반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등 미래차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시설을 미래차 생산 시설로 변경하는 데 투자하는 것에 세액공제를 부여한다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