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 론칭 1년 만에 생산시설 첫 공개
내년 100호점 목표…김동선표 F&B 플랫폼 확장 본격화

"아이스크림에도 '맛의 계급도'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 원료가 되는 우유에서부터 원유를 쓰느냐, 가공유를 쓰느냐부터 완전히 다르죠."


12일 경기 포천시 벤슨 생산센터.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이 론칭 1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시설을 공개한 자리에서 윤진호 대표이사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을 이렇게 정의했다. 단순히 '비싼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국내 빙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윤진호 베러스쿱크리머리 대표이사가 12일 벤슨 포천 생산공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재희 기자

윤진호 베러스쿱크리머리 대표이사가 12일 벤슨 포천 생산공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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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한쪽에서는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자는 로봇 뒤에서 원료 상태와 설비를 점검했다. 일반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력 중심 풍경과는 달랐다. 남궁봉 벤슨 생산센터장은 "보통 4명이 해야 하는 작업을 1명이 운영할 수 있도록 자동화했다"며 "같은 생산량을 만들어 내려면 통상 이보다 20~30%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공간 효율화까지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의 또 다른 '승부수'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앞서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와 '줄 서는 햄버거' 반열에 올려놓은 후 매각을 통해 수백억원대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 철수가 아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뒤 다음 사업으로 자원 재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파이브가이즈가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프로젝트였다면, 벤슨은 '한화식 프리미엄 F&B 플랫폼'에 가깝다. 벤슨은 제품기획부터 생산, 브랜딩, 공간경험까지 직접 설계한 첫 자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 포천 공장에는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을 생산라인에 접목해 생산 및 공간 효율화를 구현했다. 한화갤러리아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 포천 공장에는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을 생산라인에 접목해 생산 및 공간 효율화를 구현했다. 한화갤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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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김 부사장이 제품 플레이버와 매장 디자인, 콘셉트 설계에 직접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이미 유명하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도 윤 대표이사는 "김동선 부사장이 지금도 한 명의 고객처럼 맛과 품질에 대한 피드백을 계속 준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는 '퓨어 메이플 바닐라빈'과 '다크초코브라우니'를 꼽았다.


벤슨의 핵심 전략은 '자체 생산'이다. 윤 대표이사는 "2023년 4월 한화갤러리아 내 TFT로 사업을 시작한 뒤 '압도적인 맛과 품질'을 구현하려면 결국 자체 생산설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약 2년에 걸쳐 포천 생산센터를 구축했다.


벤슨(좌측)과 타사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우측)의 중량 비교. 같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오버런(공기함량)에 따라 중량차이가 크게 난다. 오버런이 낮을 수록 밀도감이 높다. 권재희 기자

벤슨(좌측)과 타사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우측)의 중량 비교. 같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오버런(공기함량)에 따라 중량차이가 크게 난다. 오버런이 낮을 수록 밀도감이 높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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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차별점은 '원유·다품종·자동화' 세 가지다. 먼저 원유를 직접 공급받아 자체 살균 처리하는 'RAW 밀크' 설비다. 벤슨은 가공유 대신 국산 원유와 유크림을 쓴다. 윤 대표는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일종의 '계급도'가 있다"며 "원유를 쓰느냐, 가공유를 쓰느냐부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 벤슨은 유지방 함량을 최대 17% 수준까지 높였다.


통상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유지방 함량이 10% 초중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벤슨의 유지방 함량은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반면 오버런(공기 함량)은 40% 수준으로 낮췄다. 오버런 수치가 낮을수록 밀도감이 높고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다품종 생산 체계다. 벤슨은 약 20개 맛 생산에 특화된 설비를 갖췄다. 토핑 크기와 함량, 여러 맛이 섞이는 비율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원료를 균일하게 섞는 장비와 토핑 양을 자동 조절하는 설비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자동화 수준이다. 포천 공장은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을 생산라인에 도입했다. 원유 가공부터 제조·포장까지 원스톱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생산 효율도 끌어올렸다. 단순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화가 최근 강조하는 '테크와 라이프스타일의 결합' 전략이 아이스크림 공장에서도 구현된 셈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는 벤슨 출점 1년만에 포천 생산기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권재희 기자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는 벤슨 출점 1년만에 포천 생산기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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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슨은 지난해 5월 압구정로데오에 1호점 '벤슨 크리머리 서울'을 열며 시장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지하에는 포천 공장을 2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파일럿 생산라인도 만들었다. 포천 공장이 양산 거점이라면 압구정 매장은 실험실 역할까지 겸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넘어 생산과 연구개발(R&D) 과정까지 경험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출점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쇼핑몰 중심의 특수상권 위주로 8개 점포를 운영했지만, 올해 들어 신림·화곡 등 로드숍 확장에 나섰다. 현재 운영 점포는 15개, 오는 7월 초에는 최소 21개 점포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내년 100호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벤슨은 당분간 직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는 "벌써 가맹 문의가 오기도 하지만 당장은 직영체제를 고수할 전망"이라며 "맛과 품질뿐 아니라 고객이 체험하는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로 브랜드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는 직영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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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슨의 유지방 함량은 최대 17% 수준으로 타사의 10% 초중반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밀도감있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권재희 기자

벤슨의 유지방 함량은 최대 17% 수준으로 타사의 10% 초중반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밀도감있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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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헤일로탑, 콜드스톤 등 해외 브랜드가 잇따라 철수할 만큼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슨은 '경험 소비'와 품질 차별화로 시장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표는 "과거 다방 중심의 커피시장이 스타벅스를 통해 완전히 달라졌듯 아이스크림 시장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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