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 중 학교 부적응, 장기결석 등으로 매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 수가 5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위기학생은 학업, 심리·정서, 행동 측면에서 위기 요인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특성이 있어, 위기학생 지원 정책이 사후 대응보다 조기 개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온라인 기자설명회를 열고, '학교 내 위기학생, 왜 조기 개입이 중요한가'를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부적응, 장기결석 등으로 인한 학업중단 학생 수는 지난 2024년 5만4516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2020년 3만2000명 수준이었던 학업중단 학생 수는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22년 5만2981명, 2023년 5만 54615명 등으로 매년 5만명을 웃돌고 있다.

심리·정서적 위기로 나타나고
무단결석·온라인 게임 과몰입 등
행동적 위기와도 맞물려 표출
결국 학업중단 위험 높여
조기개입 체계 마련 시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승주 부연구위원은 "그간 '학업중단숙려제', '학교 내 대안교실' 등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 정책과 관련 프로그램이 꽤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위기학생 지원 정책이 조기 예방보다는 사후적 처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정책적 한계가 지적됐다"며 "학생의 위기는 성인기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위기학생에 대한 조기 개입과 체계적인 예방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의 위기 특성과 발생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적 개입 지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위기학생에 대한 접근은 개별 사건이나 일시적 어려움의 수준을 넘어, 보다 구조적이고 종단적인 관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학생의 위기가 단일한 형태로 표출되기보다는 여러 위기의 징후가 서로 중첩돼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낮은 학업 열의와 학교 만족도 저하와 같은 학업적 위기는 학생의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정서적 위기와 함께 나타나고 무단결석이나 온라인 게임 과몰입과 같은 행동적 위기와도 맞물려 표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학업 중단의 가능성은 단기간에 형성되기보다 이러한 다양한 위험 요인이 장기간 축적되면서 점진적으로 심화돼 결국 학업중단의 위험을 높이는 누적적 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위기 유형을 학업(학업열의·학업동기), 심리·정서(우울·불안·행복감), 행동(수업태도·규칙준수)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시간에 따른 누적 효과를 봤을 때, 위기 상태는 지속·누적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시점에서 위기 상태가 '고' 수준이면서 1년 후에도 '고'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은 학업적 위기의 경우 53.3%, 심리·정서적 위기 30.9%, 행동적 위기 32.3%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현재 시점의 위기 수준을 유지할 확률이 높은 셈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는 위기 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며, 일단 형성된 위기 수준은 다음 학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했다.
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 중에서는 '학업성취도'보다 학생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인식인 '수업이해도'가 더욱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심리·정서적 위기가 높아졌으며, 위기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은 고소득층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한편, 교사와의 관계는 학생의 전반적 위기 완화에 있어 핵심적인 보호 요인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단순히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생의 학업, 심리·정서,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부연구위원은 "학생의 위기는 위기 영역별 개별 작용보다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누적 효과가 훨씬 더 컸다"며 "위기 대응이 단기 처방이나 단일 영역 개입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조기 발견과 신속 개입, 다차원적 통합 지원이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체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복합적 위기에 대한 조기 탐지 체계 마련 ▲심리·정서 관련 검사 고도화 ▲부모-교사-지역사회 연계·협력의 다층적 지원 체계 강화 ▲장기적 회복 지원 및 연속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