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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골든에이지' 저물었지만 '실버에이지' 열렸다

[문열리는 실버주택] 호텔급 서비스에 지갑 연 고령층


보증금 9억, 월 250만원 생활비

"집안일 해방…대접받고 사니 좋아"



미국에 거주하다 은퇴 후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이하 숲속의 아침)'에 남편과 함께 입소한 최진희씨(74)는 "나이 들면 제일 싫은 게 밥하고 청소하는 것"이라며 "이젠 집안일에서 해방돼 대접받고 사니 좋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내 체육시설에서 입주민이 농구를 즐기고 있다. 최서윤 기자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내 체육시설에서 입주민이 농구를 즐기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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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체조 수업에 나간다. 낮에는 입주민들과 탁구를 치고 골프도 친다. 수요일과 금요일엔 라인댄스를 배운다. 최씨는 "여기 살면 우울증 걸릴 틈도 심심할 틈도 없다"고 했다.


서혜은씨(95)는 두 달 전 아내와 사별 후 서울 송파구 '위례 심포니아(이하 심포니아)'에 입주했다. 서씨는 "이제 명예도 필요 없고 욕심도 없다"며 "건강하게 내 삶 살다 가고 싶어서 들어왔다"고 했다.



수십 년 이어온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고 응급 상황에서 즉각적인 의료 조치를 받기 위해 노년층이 지갑을 열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50세 이상 세대)이 수억 원대 보증금과 월 수백만 원의 생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삶의 질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최근 실버타운에서 만난 입주민들이 시니어 레지던스라는 낯선 주거 형태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서울 송파구 ‘위례 심포니아’ 욕실 내부 모습. 변기 주변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하단에는 낙상 등 응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 호출벨을 배치했다. 최서윤 기자
서울 송파구 ‘위례 심포니아’ 세대 내부. 오른쪽 벽 상단에는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을 때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무동작 센서를, 하단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 호출벨을 설치했다. 최서윤 기자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것이다. 입주 경로는 인터넷, 유튜브, 지인 소개 등을 통한 자발적 탐색이 대부분이다.



입주민 대다수는 살던 동네 근처에서 옮겨왔다. 전직 장관, 법조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출신도 다양했다.


김종길 심포니아 대표는 "대기업 진출 이후 홍보가 활발하게 되면서 관심층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숲속의 아침은 1인 기준 보증금이 5억9600만~9억9500만원이고, 월 생활비는 190만~250만원이다. 4년간 보증금이 동결된다.


심포니아는 보증금 5억5000만~11억원, 생활비 230만~335만원이다. 보증금 유예 프로그램도 있다. 입주자 불안을 덜기 위해 회사 명의 보증금 반환 확약서도 발급한다. 두 곳 모두 의무 거주 기간은 2년이다.


서울 영등포구 5성급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객실 내부. 거실과 침실, 식탁 공간을 분리한 레지던스형 구조를 갖췄다. 세탁기·건조기와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 생활가전도 마련돼 있다. 최서윤 기자

서울 영등포구 5성급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객실 내부. 거실과 침실, 식탁 공간을 분리한 레지던스형 구조를 갖췄다. 세탁기·건조기와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 생활가전도 마련돼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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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수억 원이 부담스럽거나 장기 계약이 꺼려지는 고령층을 위한 대안도 나왔다. 특급호텔 장기 투숙을 활용한 상품이다.


5성급 여의도 메리어트의 '골든 시니어'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55세 이상, 최소 30박 이상이 조건이다. 1박에 30만원 선이다. 퇴실할 때 돌려받는 예치금 50만원 외에 보증금은 없다.


노인복지법상 실버타운은 요양시설이 아닌 주거시설로 분류돼 간호사 상주 의무가 없다. 설립 때 갖춰야 할 필수 인력은 시설장과 사회복지사 각 1명뿐이다.


하이엔드 시설들은 자체 비용으로 의료 인력을 두고 있다.




숲속의 아침에는 간호사 5명이 교대로 24시간 상주한다. 하루 건강 상담만 20~30건이다. 숲속의 아침 운영사인 엠포레(엠디엠그룹 계열사)의 강태건 대표는 "탁구를 치다 뼈를 다치거나 몸이 갑자기 굳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숲속의 아침에는 간호사 5명이 교대로 24시간 상주한다. 하루 건강 상담만 20~30건이다. 숲속의 아침 운영사인 엠포레(엠디엠그룹 계열사)의 강태건 대표는 "탁구를 치다 뼈를 다치거나 몸이 갑자기 굳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심포니아는 한 달에 50식을 제공한다. 매주 월요일 입주민과 식단 회의를 열어 만족도를 관리한다. "어머니가 해주던 집밥 같다"는 입주민 평가가 나올 만큼 식단에 공을 들인다.


숲속의 아침은 월 30식으로 운영한다. 식사는 국내 2위 식자재 유통기업 아워홈이 맡고 있다.


메리어트는 132종의 메뉴와 동물복지·친환경 인증 식자재를 사용한 조식 뷔페를 제공한다. 일반 고객 기준 1인 5만원짜리다.


커뮤니티 시설은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된다. 숲속의 아침에는 실버타운에서 보기 드문 수영장이 있다. 당구와 바둑 등 입주민들이 직접 만든 동호회도 14개다.


심포니아는 외부 강사 프로그램뿐 아니라 복지사와 간호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꾸린다.


메리어트 여의도는 '수(Soo) 피트니스&스파'를 투숙객에게 무제한 개방한다. 입회 보증금 5000만원에 연회비 460만원대를 내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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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대응도 빠르다. 숲속의 아침은 구두 민원이 들어오면 6개 유관 부서 직원들이 함께 있는 단체채팅방에서 바로 공유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민원에는 이틀 내에 답한다.


심포니아는 102가구를 5명의 사회복지사가 전담 관리해 직원 1인당 담당 가구 수를 20가구 수준으로 낮췄다. 이를 통해 입주민 개개인의 성향과 건강 상태, 식성 등을 파악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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