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속도

연합뉴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책은행 출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1300억원과 7000억원의 현금출자 예산 투입을 결정한 데 이어, 현물출자를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의 후속 협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실탄을 공급해 협상을 뒷받침하는 차원이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마스가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내년 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를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미투자펀드 규모가 큰 만큼 기존 국책은행의 여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출자는 국회 예산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현물출자는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예산 심의가 끝난 이후 비슷한 시기에 출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금출자는 정부가 현금 예산을 직접 국책은행 자본금으로 넣어주는 방식이라면, 현물출자는 현금 대신 공기업주식·부동산 등 국유재산을 넣어줘 자본금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지원받는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현물출자보다 현금출자를 바란다. 같은 금액으로도 대출 여력을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을 증자받으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서 분자인 자기자본만 늘어나 비율이 크게 개선돼 대출 여력을 크게 확충할 수 있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전 주식 등 현물을 받을 경우 분자와 분모(위험자산)가 함께 늘어 BIS 비율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도 정부가 국책은행에 현금과 현물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출자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재정 여건을 고려해 대규모의 현금 출자만 단행하기보다는 현물과 현금을 적절한 비율로 넣는 혼합출자 방식을 선택하거나 현물출자를 통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처럼 대규모의 현금출자가 전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당시에도 정부는 고심 끝에 산은에 4000억원, 수은에 1조원을 현금 출자했었다. 2022년에도 정부는 뉴딜펀드 조성을 위해 6000억원을 산은에 출자해 민간자금과 합쳐 4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도록 했다.


다만 이들 출자는 정부가 넣어준 현금을 특정 펀드에 직접 집어넣도록 하는 ‘경유출자’ 방식이었다. 기재부는 이번 지원은 펀드를 조성해 정부가 준 자금을 투입하도록 설정한 것이 아닌 만큼 경유출자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자본금을 늘려줘 안전판을 마련해 준 성격이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금출자는 대통령이 대미 협상에 임하기 전 협상 과정에서 변수를 최대한 대응하는 차원에서 편성했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과거에도 위험성이 큰 지역에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현금출자를 해주는 특별계정사업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D

대미투자 규모가 약 3500억달러(약 486조원)에 달하지만, 정부의 실제 예산 출자 총액은 5조~10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가 협의 중인 펀드는 투자사업에 직접 출자보다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대출이나 보증을 공급해 민간 기업의 대미투자를 돕는 방향이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펀드 방식은 미국 정부가 현지 투자 사업을 제안하고 기업들이 타당성을 검토해 투자 또는 참여하는 선별적 프로젝트 참여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