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만의 검찰청 해체
행안부 산하로 가는 중수청
검사들, 전직에 심리적 저항
경제 증권 마약범죄 등 수사노하우 증발 우려
행안부와 여권 몫이 과반
중수청장 인선 ‘정권 사병화’ 우려

77년간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묶어온 검찰청이 해체되고, 기소 전담 '공소청'과 수사 전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검찰개혁안이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 공소청은 법무부에 설치하되 시행 시기는 내년 9월로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수사 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를 위해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중수청으로 넘어갈 검사들이 없어 수사력이 증발될 우려가 나온다. 중수청장의 정치적 독립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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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범죄 등 수사력 저하 우려

검찰의 기존 수사 역량이 중수청에 충분히 이관될지 여부는 이번 개혁안의 첨예한 쟁점이다. 현재로선 기존 검찰청 검사들이 준사법기관이란 검사직을 포기하고 행안부 산하 중수청의 수사관으로 전직하는 데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제·증권·마약범죄 등 기존 검찰 노하우와 수사 역량이 증발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2020년 금융·증권 합동수사부 폐지 때와 같은 수사 실적 저하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의 실적은 합수단 폐지 이전(2018~2019년) 월평균 구속기소 인원 5.2명, 월평균 기소 인원 20.6명 수준이었다. 폐지됐던 기간(2020~2022년 4월) 월평균 기소 숫자(1.6명, 6.2명)와 격차가 크다. 합수단이 부활한 2022년 5월 이후부터 수사 성과는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2월까지는 월평균 구속기소 인원이 4.1명, 월평균 기소 인원이 18.8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구속기소 인원이 156.3% 증가했고, 기소 인원도 203.2% 늘어난 것이다.

추징보전액도 3조5734억원에 달했다. 합수부는 테라·루나 사건에서 2333억원,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에 2789억원, 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에서 7305억원 등을 추징보전했다. 하지만 중수청이 행안부로 가면 검사·수사관 등 금융·증권 분야 '수사 전문가 집단'의 공백이 합수부 폐지 때처럼 재현될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아닌 수사관으로 행안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정체성 자체가 바뀌는 문제"라면서 "수사관이 되는 것보다 변호사를 할 검사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 수사력 증발 우려…중수청장 인선 구조 ‘정권 사병화’ 논란 원본보기 아이콘
중수청장, 정권 호위무사 되나

중수청장의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도 남아있다. 민형배 의원의 중수청 법안에 명시된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 구성이 정권 친화적 인사들로 채워져 중수청장은 권력 호위 무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안에 따르면 추천위는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꾸려지며, 위원장은 행안부 장관이 임명한다.

위원은 ▲행안부 차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경찰청장 ▲국회 교섭단체 추천 4인 등 총 7명이다. 이 가운데 행정부 인사와 대통령이 속한 정당 몫이 과반을 차지한다. 대통령과 여권 의중이 중수청장 인선 과정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는 구조다. 교섭단체가 기한 내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서, 야권 몫의 추천권은 크게 의미가 없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와의 비교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검찰총장 추천위에는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학계·언론계 인사 등 외부 견제 장치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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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출범이 '검찰 권한 축소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취지에서 시작됐더라도, 기관장 인선 단계부터 정권 예속 논란이 불거진다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는 "지금 법안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중수청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수사에 얼마든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검사장은 "정권 친화적인 경찰 출신 인사가 중수청장이 된다면 '경찰 2중대'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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