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평균 142일
작년 312일로 늘어
수사권 조정 이후
두 배 넘게 증가
허경준기자
곽민재기자
입력2025.09.01 15:08
수정2025.09.01 15:10
01분 57초 소요
"국민신문고에 수사관 기피신청까지 낸 적도 있다."(변호사 A)
"사건 이의신청을 했더니 검찰과 경찰을 왔다갔다 해 의뢰인이 지쳐서 피의자와 합의한다고 했다."(변호사 B)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 사건 피해자들이 검찰과 경찰 간 끝없는 '사건 떠넘기기'로 고통받고 있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사건은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사건은 종결되지 못한 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피해자들은 제풀에 지쳐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있는 것이다.
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접수부터 보완 수사 요구 등을 거쳐 검찰의 최종 처분에 이르는 형사 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평균 142.1일에서 지난해 기준 312.7일로 크게 늘어났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현재 형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피해자는 이의신청을 하고 검사는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하지만 검찰의 요구는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 경찰이 사건을 캐비넷에 넣어두고 뭉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다가 경찰 정기 인사로 수사관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조사를 받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사건이 부지기수다. 사실상 사건이 초기화 돼 처음부터 다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기약 없이 경찰이 사건을 처리해주기만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변호사들은 검찰의 판단을 받아 보게 해달라고 경찰 수사관들에게 사정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2년 전에 개업하면서 수임했던 첫 사건이 아직도 경찰에 있다"며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2년 넘게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다는 것은 현재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 몇 년 동안 계속 수사를 받고 있다는 불안감에 일상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들을 모두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건의 시작과 끝을 모두 경찰에서 관리하는 셈이다. 경찰로 사건이 집중되는 구조로 수사권이 조정됐는데, 이에 따른 인력 보강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수사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처리 창구는 한정돼 있다. '병목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 초기에는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 부서로 인력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이 몰리면서 수사 부서는 일순간에 기피 부서가 돼버렸다. 수사 특성상 시간을 투자한 만큼 업무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구조다. 격무에 시달리게 되고 관련 민원만 쌓인다. 이런 인식은 경찰 내부에서도 팽배해졌다. 한 사법경찰관은 "결국 수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경험이 부족한 2~3년차 수사관들로 인력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면서 "이른바 '베테랑'으로 불리는 10년차 이상 수사관들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귀띔했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직접 증거를 수집해 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상 혐의 입증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의자들도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수임해 대응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법률 비용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변호사는 "검찰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율보다 경찰 단계 때부터 선임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