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커피, 점심엔 커피우유, 저녁엔 에너지 음료."
이제 카페인은 어른들만의 습관이 아닙니다.
청소년들도 하루의 리듬을 카페인으로 조절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변화가 단순한 '입맛 취향'으로 보기에는 점점 더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중 23.5%가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2015년 3.3%, 2017년 8.0%, 2019년 12.2%였던 수치와 비교하면 거의 7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고카페인 음료란 카페인 함량이 높은 커피, 커피음료, 에너지 드링크 등을 말합니다.
그간 조사는 주로 에너지 음료에 한정돼 있었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커피와 커피음료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2022년부터 조사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커피에도 상당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고 실제 소비량이 늘고 있어 기존 통계가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 실태를 저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고카페인 음료 섭취가 단순한 기호 식품의 소비를 넘어서 청소년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험 기간 하루 커피 두 잔은 기본"
학원가 골목의 20개 카페, 그리고 유혹
"카페인 섭취가 키 성장에 좋지 않다더라" "불면증 생긴다"는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많은 청소년은 여전히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험 기간이면 말할 것도 없고, 피로가 쌓이는 오후 수업이나 학원 시간 전에도 카페인 음료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목동 입시학원 앞 근처 커피를 든 학생의 모습. 연합뉴스.
접근성도 문제입니다.
서울 목동 학원가 한 골목에는 약 20개의 카페가 밀집해 있으며, 저가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카페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 있죠.
인근 편의점과 무인 자판기에서도 쉽게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도 대부분 1000~4000원대로 부담이 적습니다.
문제는 이들 음료의 카페인 함량이 상당히 높다는 데 있어요.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우유 500ml 한 병에는 240mg,
저가형 대용량 커피 한 잔(946ml)에는 무려 290.8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청소년의 하루 권장량(150mg)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죠.
더욱이 최근에는 커피가 아닌 '과라나' 성분을 활용한 고카페인 식품도 늘고 있습니다.
과라나는 아마존 밀림 지대에서 자라는 열매로, 씨앗에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는데요,
집중력 젤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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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활용한 젤리·껌·추잉캔디 등은 '수험생 전용' '집중력 향상' 같은 문구로 포장돼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 한 개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75~100㎎ 수준. 두 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의 3분의 2 이상을 섭취하게 되는 셈입니다.
잠 못 자는 뇌, 자라지 않는 몸
카페인은 기본적으로 뇌를 각성시켜 졸음을 억제하는 성분입니다.
그러나 이 효과는 동시에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녁이나 밤 시간대 카페인 음료를 마실 경우 잠에 들기 어려워지고 그 여파는 다음 날까지 이어지곤 하죠.
문제는 청소년기의 수면 부족이 단순한 피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뼈와 근육의 성장 방해, 성장 호르몬 분비 저하
다양한 신체적·인지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카페인 자체도 성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칼슘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해 신체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불안감, 초조함, 감정 기복 등의 심리적 변화도 유발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모든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독을 넘어서, 뇌 건강에도 악영향"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유병욱 교수는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에 대해 이렇게 경고합니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과 달리 아직 신경전달물질 회로의 수용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시기에 고용량의 카페인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해당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단순한 카페인 중독을 넘어서 뇌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뇌가 과도한 자극을 받을 경우 단기적인 졸음 억제 효과를 뛰어넘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커피 한 잔, 젤리 하나…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카페인은 어른에게도 때로는 부담이 되는 자극입니다.
하물며 신체와 감정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그 자극이 학업 성취의 도구가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하루 권장량은 알려지지 않았고,
카페인 함량은 음료 뒷면 구석에 조그맣게 적혀 있으며,
시장은 '졸음 킬러'라는 마케팅 문구로 자극을 부추깁니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에게 커피 한 잔은 위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로가 매일 반복된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를 두고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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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맹지애 기자 mji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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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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