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808보다 큰 육중한 몸 자랑
8개의 런플랫 타이어 바퀴 장착
펑크 나도 불붙어도 정상 주행
60% 종경사·40% 횡경사 무사통과
양낙규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입력2025.06.26 14:12
수정2025.06.26 15:06
03분 07초 소요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 장갑차가 떠오르고 있다. 장갑차는 말 그대로 장병을 싣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20세기 초기만 해도 장갑차는 단순했다. 일반차량에 철판을 덧붙인 게 전부다. 장갑차는 진화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부터다. 우크라이나군은 2023년 6월 오리히우(Orifhiv)시를 공습할 당시 최정예 기갑전력인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를 투입했다.
러시아는 반격에 나섰다. 대전차 지뢰를 무더기로 땅에 심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뢰 폭발에도 끄떡없었다. 스스로 차량에서 걸어 나오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 방산기업들은 장갑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다. K방산도 마찬가지다. 현대로템은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했다. 언론사 최초로 시험주행을 공개한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보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안전연구원(KATRI)을 찾았다.

쭉 뻗은 도로 위에서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볼 수 있었다. 육중한 몸을 자랑했다. 바퀴 하나의 높이만 족히 1m는 넘어 보였다. 모두 8개의 런플랫(Run Flat)타이어 바퀴를 장착했다. 런플랫 타이어는 주행 중 총격을 받아 펑크가 나도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타이어다. 장갑차가 지뢰를 밟아 타이어가 손상돼도 시속 50㎞의 속도로 5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타이어에 불이 붙어도 운행이 가능하다. 각 타이어 상단에 소화기를 장착했다. 구동축이 망가져도 문제없다. 바퀴는 제각각의 구동 체계로 움직인다. 한두 개 바퀴가 심각한 손상을 입어도 이동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시동과 함께 60% 종경사와 40% 횡경사를 무사통과했다. 평지에서 속도는 시속 100㎞를 거뜬히 넘겼다. 멈춰선 30t급 차륜형 장갑차(길이 9.3m·폭 3.1m·높이 2.8m)를 가까이에서 보니 크기가 웅장했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차륜형 장갑차 K808(길이 7.4m·폭 2.7m·높이 2.3m)보다 컸다. 무게는 30㎜ 포탑을 장착할 경우 30t이지만, 화력지원 차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105㎜ 대구경 포탑을 장착할 경우 35t에 달한다. 30t급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본적인 무장으로 30㎜ 기관포와 대전차 미사일 2발을 장착한다.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수륙양용도 가능했다. 바퀴 동력으로 운용하다 2m 깊이 이상의 수심에서는 고성능 수상 추진 프로펠러를 가동했다. 차륜형 장갑차 뒤쪽에 설치된 프로펠러는 외부로 노출돼 있지 않은 덕트 팬(duct fan) 구조로 설계됐다. 유압식으로 수상에서 시속 10㎞의 속도를 낸다. 덩치가 작은 K808(27t·시속 8㎞)보다 더 빠르다. 갑옷을 입은 듯한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방호력도 강화됐다. 전장에서 중기관총이 맞아도 끄떡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호력은 북대서양조합기구(NATO·나토) 표준화협정(STANAG) 탄도 보호 레벨 4에 해당한다.
내부 탑승 인원은 8명의 보병을 비롯한 조종수, 포수, 차장이 탑승한다. 내부를 보니 탑승석 위에서는 모니터도 장착됐다. 장갑차 밖에 전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조정석에 가니 현대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 핸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종법도 일반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니터에는 전후측면 관측 카메라는 물론 어라운드뷰(Around-View) 기능까지 탑재됐다. 운전석은 널찍했다. 큰 체형을 가진 유럽인들을 배려해서다.
정지승 장갑차 체계팀 책임연구원은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수출형 모델"이라면서 "차량이 커지면서 탑승 인원 11명을 태울 수 있고 내부인원의 편의성을 더 했다"고 말했다.
과거 장갑차는 궤도형 장갑차가 대부분이었다. 험준한 산지나 야지에서 병사들을 이동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도시전이 이뤄지는 아스팔트 위에서는 궤도형보다 일반 자동차처럼 바퀴가 달린 차륜형 장갑차가 제격이다. 무게도 무거워졌다. 장갑차를 노리는 대전차 미사일 기술이 발전한 탓에 장병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 연감(Jane's Yearbook)'에 따르면 30t급 차륜형 장갑차 시장 규모는 2020년(16억3100만달러)부터 2028년(72억8000만달러)까지 늘어난다. 연평균 성장률 22%다. 반면 궤도형 장갑차 소요가 줄어들었다. 전체 장갑차 시장규모는 2028년까지 -6%로 역성장하는 이유다. 현대로템이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자체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빠르다. 독일 복서(41t), 이스라엘 에이탄(35t), 핀란드 파트리아 AMV 시리즈 최신형(32t), 러시아 부메랑(34t) 등이 대표적이다. 차륜형 장갑차로 바뀌면서 전장 투입시간도 줄었다. 과거 궤도형 장갑차를 장거리 이동시키려면 별도의 수송 트레일러가 필요했다. 반면 차륜형 자주포는 스스로 수백㎞를 주행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빠르게 전장에 투입할 수 있으며, 전장을 빠져나오기도 쉽다. 수송기 탑재도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미국은 이미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를 투입하고 있다. BAE시스템스는 미국 해병대에 차세대 수륙양용 장갑차(ACV) 22대를 납품하고 있다. 2020년 계약 규모만 1억8400만달러(약 2009억원)다. 미군이 보유한 8륜 장갑차 가운데 가장 큰 장갑차다. 승무원 3명과 13명의 해병이 탑승한다. 중량도 늘었다. 30t으로 해병대가 운용한 기존의 LAV-25(12.8t)에 비해 무겁다. 그만큼 장갑과 무장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파편 방호 장갑을 제공한다. 무겁지만 속도는 이전 모델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690마력 엔진의 디젤엔진을 장착해 육지에서 최고 시속 105㎞, 바다에서 시속 6노트(시속 11㎞)의 속력을 낸다.
이스라엘은 2022년 미국 방산기업인 오시코시 디펜스의 에이탄(Eitan) 차륜형 장갑차(APC)를 도입했다. 에이탄은 이스라엘 육군이 1970년대 도입한 M113 궤도형장갑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2015년 10월 시제품이 생산됐고, 다음 해인 8월 대중에 공개됐다. 30㎜ 기관포와 스파이크-MR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무인 포탑을 장착했다. 에이탄은 지휘관, 조종수, RCWS 조작수 외에 9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다. 엔진은 750마력의 독일 MTU의 터보차저 디젤 엔진이며, 자동변속기는 미국의 앨리슨사 제품이다. 최대 주행 속도는 시속 90㎞, 최대 주행거리는 1000㎞다.
우크라이나는 체코, 슬로바키아와 스웨덴의 CV90 보병전투장갑차 공동 구매하기로 했다. CV90는 5t의 장갑을 추가로 장착했다. 덕분에 모든 방향에서 30㎜ 철갑탄을 막을 수 있다. 대전차 지뢰와 급조폭발물에 대한 방어 능력도 강화됐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1000대의 CV90 계열 장갑차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은 CV90를 개량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제 능동방어시스템 '아이언 피스트'도 탑재할 예정이다.
폴란드의 신형 보병전투장갑차(IFV) 보르숙도 무게만 40t을 훌쩍 넘는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군이 원하는 만큼의 장갑차를 생산하기 어려워지면서 'K전투장갑차' 도입이나 공동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22년 6월 당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 전군 지휘부 회의에서 "우리(폴란드군)는 한국의 성능이 입증된 IFV 등을 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방산기업과 정식 계약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언급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