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한덕수 대통령 겸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헌재는 가처분 인용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봤다.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은 ①본안심판이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고 ②헌법소원심판에서 문제 된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와 ③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으며 ④가처분 인용 후 본안 기각 시 불이익과 본안 인용 시 불이익을 비교 형량해서 후자의 불이익이 클 경우 이뤄진다.
헌재 "헌법재판 사건 당사자들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될 가능성"
먼저 헌재는 한 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권한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김 변호사를 비롯한 헌법재판사건의 당사자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만약 (한 대행에게) 임명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하여 헌법재판을 받게 된다"고 판단했다.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며 "임명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된 이상,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 선고 전에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장래 기본권 침해가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확실히 예측되는 만큼 이를 예외로 인정해준 것이다.
"재판관 임명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 반대보다 더 커"
또 만약 후보자들이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의 '손해'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가처분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각될 경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임명된 경우, 신청인이 적시에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를 다투거나 이 사건 후보자가 헌법재판의 심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또 (후보자들이) 관여해 종국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재심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는 가처분 인용 후 본안 기각 시 불이익이 본안 인용 시 불이익보다 더 작다고도 판단했다. 한 대행이 지명한 재판관 임명을 막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헌재는 "인용 시 재판관 2인의 임명이 지연될 것이나, 2인의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할 수 있다"며 "나머지 2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가처분을 기각해 한 대행이 지명한 재판관들이 취임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인용될 경우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법재판소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법재판소의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며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의 규범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심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될 때까지 후보자가 관여한 다수의 헌법재판사건에 대하여 재심이 이루어짐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행위에 대한 효력이 정지 기한은 청구인인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본안 선고 전까지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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