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칼럼]트럼프, 北비핵화 교착상태 깰 수 있을까
'거래의 달인' 자처하는 트럼프
실패한 1기 정상회담 교훈삼아
포괄적·실질적 합의 도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래의 달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지만 2018년과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빈손으로 돌아선 협상은 중대한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무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밝힌 것처럼 두 번째 임기에서 대화를 재개하고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 합의 도출을 넘어 과거 지도자들이 실패를 맛본 외교에서 성공을 입증하려면 먼저 핵심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우선 김 위원장은 (과거)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었는지와 지금도 같은 의사가 있는지다. 왜 1기 행정부 때는 협상에 실패했는지, 과거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2기 행정부 때는 (회담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자문해야 한다.
만약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실책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면 트럼프 2기 때도 협상은 재개될 수 있으며 이는 반드시 실질적인 합의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의도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면 그가 2018년과 2019년에 협상을 추진한 연유를 살펴보고 그 동기가 2025년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지 판단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적인 증거는 김 위원장이 2018년과 2019년에 진정성 있는 협상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가 앞으로도 트럼프와의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시사한다.
우선 김 위원장은 미 당국자들에게 자신의 자녀들이 "핵무기를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비핵화 의지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로 2024년 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김 위원장과 여러 차례 가졌던 회담 내용이 담겨있는데, 그중에는 그가 핵무기를 해체하려는 진정한 동기를 드러낸 장면들이 언급돼 있다. 세 번째로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핵무기보다 경제 발전을 훨씬 더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를 더 이상 생산, 실험, 사용하거나 확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핵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공식 성명 외에도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비핵화와 경제 발전을 진지하게 추구하려는 의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믿을만한 증거들이 존재한다.
김 위원장은 실패한 국가의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경제 기적을 이루고 수백만 국민을 빈곤에서 구해내며 그들의 삶을 책임졌던 지도자로 남길 바랄 것이다. 또한 그는 언젠가 정권을 넘길 때 그의 후계자가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것임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의 가장 주요한 동기는 바로 국가의 장기적인 체제 일관성과 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협상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과거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다섯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현실이든 상상이든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는 동시에, 한국의 경제적·전략적 우위에 맞서 균형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체제 정당성을 부여하고 북한의 경제·군사 개발 정책인 '병진노선'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동시에 끊임없이 대외 갈등을 유발해 내부 결속 및 단합을 추구하는 대외 도발 중심의 북한 외교 정책 수단으로서도 기능한다.
핵무기가 북한 체제를 수호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모든 포괄적 합의는 이런 각 요소를 보상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재 해제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이런 포괄적 합의는 러시아와 중국의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 미국·한국·일본과의 정상적인 외교관계 수립, 공식적인 평화조약 체결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시장 지향적 개혁을 실행하고 강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개발 자금도 뒷받침돼야 한다. 개발 지원은 (북한에) 체제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북한이 경제를 현대화하고 사회적 결속을 보장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합의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 현대화를 계속 추진하고, 이를 통해 국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후계자에게 정권을 성공적으로 넘겨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합의가 성공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 핵무기 없이도 생존 가능성이 분명하게 커지고 경제 발전과 번영을 위해 밝은 미래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혼자 힘만으로는 신뢰할 만한 포괄적 합의안을 제시할 수 없다. 중국·러시아·한국·일본 같은 주요 이해 당사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실질적인 보상(당근) 혹은 압박(채찍)을 제시할 수 있지만,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지금의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를 압박해 포괄적 합의 일부로 개발 자금을 제공하게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중국, 러시아가 합의를 지지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제안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잠재적 핵무장 가능성을 압박 카드(채찍)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에겐 지속 가능한 외교적 유산을 남길 기회가 있다. 비핵화에 이해관계를 가진 역내 주요 당사국들과 협력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이들이 북한의 경제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 평화 프로세스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 중 김정은 위원장과의 합의에 성공한다면 '거래의 달인'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과 2019년을 교훈 삼아 김 위원장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 어떤 합의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정권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내 당사국들을 결집하고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구축할 역사적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방찬영 키멥대 설립자 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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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Does Trump have what it takes to break the North Korean nuclear impass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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