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천일반산단 현황
한국에는 버려진 땅이 있다. 넓이만 2449만㎡로 여의도 면적의 5.44배 규모다.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방치돼있다. 바로 '산업단지' 이야기다.
1960년대 울산공업단지 개발을 시작으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주역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들어선 탓에 지금은 고질적인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새 산업단지를 짓는 데만 몰두하면서 기존 산업단지는 심각한 노후화 문제에 직면했다.
600명 고용이라더니 92명뿐…절반 넘게 미분양
충남 보령에 있는 웅천일반산업단지. 2015년부터 2019년 말까지 사업비 650억원을 투입해 68만5400㎡ 규모로 조성했다. 하지만 웅천산단은 커다란 표지석만 있을 뿐 인도는 물론 진입로인 왕복 4차선 도로가 텅 비어 있다. 산업단지 분양사무실로 사용되던 노란색 낡은 컨테이너 역시 직원 없이 문이 닫혀 있다.

웅천산단은 커다란 표지석만 있을 뿐 인도는 물론 진입로인 왕복 4차선 도로가 텅 비어 있다.
안쪽 상황도 비슷했다. 인도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보도블록 사이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입주기업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은 모두 빈칸이었다.
산업단지 도로는 텅 비었고, 부지는 공장보다 방치된 노지가 더 많은 상황....입주기업을 찾지 못한 부지에는 잡풀과 사람 키를 넘는 잡목만 자라고 있었다.
안쪽 상황도 비슷했다. 인도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보도블록 사이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입주기업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은 모두 빈칸이었다. 산업단지 도로는 텅 비었고, 부지는 공장보다 방치된 노지가 더 많은 상황이다. 입주기업을 찾지 못한 부지에는 잡풀과 사람 키를 넘는 잡목만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미분양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분양 면적 49만9649㎡ 중 17.5%인 8만7679㎡만 분양됐다. 올해 2분기 말까지도 43%에 불과한 20만7000㎡ 규모만 분양을 마쳤다. 이마저도 분양계약을 한 16개 업체 중 6개 업체만 가동되고 있다. 고용인원은 92명으로 당초 예상의 15%에 불과하다.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국의 산업단지는 1315개, 지정된 면적은 14억5482만㎡에 달한다. 분양 면적 6억1922만㎡ 중 2449만㎡가 입주기업을 찾지 못해 미분양됐다.
97개 산단은 분양실적 0, 미분양에도 계속 지었다

2000년대 이후 노후산단 리모델링·재생사업 현황
여의도(450만㎡)의 5.44배에 달하는 산업단지가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인을 찾지 못한 산업단지 면적은 지난해 3분기 2082만㎡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었지만 이후 올해 2분기 2499만㎡로 9개월 만에 367만㎡의 미분양 부지가 더 생겼다. 이 기간 26개의 산업단지가 새로 조성됐다. 미분양 부지를 그대로 남겨둔 채 새로운 산업단지를 계속 지었다는 뜻이다. 전국에 조성 중이거나 조성 완료된 97개 산업단지는 토지를 단 한 곳도 분양하지 못했다.
새로운 산업단지를 짓는 데에만 몰두하면서 기존 산업단지는 늙어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착공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한 노후산업단지는 전국에 487곳에 이른다. 1315개 전체 산업단지의 37%가 20년이 지난 산업단지다.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주차장, 도로건설 등의 인프라 확충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47개의 노후산단을 대상으로 리모델링·재생사업을 펼쳤다. 총 투입 예산은 9255억5000만원이다. 가장 많은 사업은 ‘주차장 만들기’(33개)다. 편의시설 및 문화·복지시설 확충, 정주여건 개선 사업은 0개다.
녹지와 복지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산업입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산단녹지는 1억8392만㎡로 12.6% 수준이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 줄었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이 담당하는 산단 83곳 중 43곳(51.8%)은 부지 내 식당이 단 한 곳도 없다. 카페가 전혀 없는 산단도 50개(60.2%)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단 '트래포드'…풍부한 문화 시설 유치하니 살아난 활기
외국은 어떨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 맨체스터시의 트래포드 산단은 테마파크를 방불케 한다. 랜드마크가 된 1124평 산단 실내놀이터는 주말 방문자가 1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서 차로 4분 거리에는 실내 카트장이 있고, 산단 남쪽에는 영국에서 가장 넓은 실내 암벽등반장이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풍선 테마파크, 대형복합 쇼핑몰, 아쿠아리움, 박물관까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단 '트래포드'
누가 놀이터 때문에 산업단지를 올까 싶지만 이곳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어른들을 위한 익사이팅 시설까지 있어 평일 평균 방문자는 500여명에 달하고, 주말에는 1000여명이 몰린다. 맨체스터 산단 직원이나 지역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 관광객들까지 찾아올 정도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영국 청년들에게 이색 데이트 장소로 부상했다.
산단 한쪽에는 피크닉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호수와 공원을 조성했다. 별다른 경계표지가 없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산단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2차대전 말기 7만5000명에 달하던 트래포드 산단 근로자는 1976년에는 1만5000명으로 줄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87년부터 11년간 문화시설, 공공예술, 랜드마크를 조성했다.
트래포드 산단은 문화시설 덕분에 눈부시게 부활했다. 990개 기업을 유치했고, 2만9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17억파운드(약 3조599억원)에 달하는 민간투자도 끌어냈다.

독일 에센의 '졸버레인' 탄광, 연간 170만명이 찾는 독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냉각수가 흐르던 1㎞의 거대한 물줄기는 한겨울 아이스링크장으로 바꿨고, 코크스공장 앞 자투리 공간은 한여름 수영장으로 조성했다.
갱도의 석탄을 끌어 올리던 거대한 권양탑은 졸버레인의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리모델링 때는 세계적인 건축가들도 초빙했다.
독일 에센의 졸버레인 탄광도 비슷한 사례다. 자욱한 매연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이곳은 1986년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문을 닫았다.
지방정부는 이곳의 환경을 정화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탈바꿈시켰다. 냉각수가 흐르던 물줄기로 아이스링크장을 만들고, 탄광 공장 바로 아래 지역 주민을 위한 이색 수영장을 만들었다. 이제는 연간 170만명이 찾는 독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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