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나흘째 하락하며 시총 2000조원 밑돌아
8월5일 '검은 월요일' 이후 처음
삼성전자도 급락하며 5만원 선 턱걸이
악재 해소 당분간 쉽지 않아
지속된 하락에 밸류에이션 매력은 커져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20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나흘째 하락한 코스피는 연초 기록했던 연저점도 갈아치우며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4만전자'로 전락할 위기이며 코스닥은 700선이 무너졌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65.49포인트(2.64%) 하락한 2417.08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올 들어 최저치로, 연초 기록한 연저점(2435.90)을 갈아치웠다. 나흘간 코스피는 5.75% 하락했다. 코스닥도 3일 연속 하락하며 결국 700선을 내줬다. 전일 2.94% 하락하며 689.65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거듭된 하락세에 시총이 20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일 코스피 시총은 1970조6632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총이 2000조원을 하회한 것은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8월5일 '검은 월요일' 이후 처음이다.
시총 상위주들 대부분이 부진했고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의 급락이 지수 하락 및 시총 감소를 이끌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4.53% 하락하며 5만600원으로 마감했다. 나흘 연속 하락한 삼성전자는 지난주 5만7000원대에서 순식간에 5만원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나흘간 12% 하락했다. 시총도 343조원에서 302조원으로 40조원 이상 증발했다.
외국인은 매도세를 지속했다. 최근 나흘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153억원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1조7969억원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대규모 매도, 코스피 레벨다운 중심에 반도체, 그중에서도 삼성전자가 자리한다"면서 "한국 대표기업, 시총 1위 기업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 약화로 대외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한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시즌 정점 통과 과정에서 반도체, 삼성전자로의 외국인 매도세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외국인 매도 집중도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우려, 취약한 국내 경제, 중국 부양책 실망감 등이 최근 증시 약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이번 하락은 트럼프발 무역 분쟁 우려, 취약한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 중국 부양책 실망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유입되며 코스피 레벨다운을 야기했다고 본다"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기업에 대한 감세 및 규제 완화 기대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으로 이어진 반면 피해국가로 평가되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수급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하락을 야기한 요인들이 단기에 해소되긴 어려우나 최근 하락으로 커진 밸류에이션 매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전에 급락장과는 달리 미국 대선 이후 몇 차례 상승세를 구가했던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나홀로 약세를 연출했다는 점이 국내 투자자의 자신감을 상실시키고 있는 실정"이라며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3분기 실적시즌 실망에 따른 이익 전망 하향, 환율 부담 등 하루이틀 사이에 악재가 대거 해소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이 같은 악재성 재료들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며 이미 10월 이후 주가 조정을 통해 반영해오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도 "지난 7월11일 고점 이후 코스피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주가 레벨은 물론 밸류에이션 매력도 충분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37배로, 8월5일 기록한 올해 저점(8.04배)을 제외할 경우 최저치까지 내려왔고 확정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로 8월5일 저점 수준에 도달했다. 삼성전자의 선행 PBR은 0.88배로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즉 코스피와 삼성전자의 주가 수준은 8월 경기침체 우려, 과거 업황·실적 악화 부담을 선반영한 수준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불안심리 진정, 불확실성 완화만으로도 언제든 반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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