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해고 당했던 과거의 경험이 가계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 2024-5호, 실업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소비는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비교적 크게 둔화된 후 이전 증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분석결과 과거의 실업경험은 가계소비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충격이 실업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러한 상흔 소비(scarred consumption)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흔 소비는 가계소비가 과거 충격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 현상을 뜻한다. 소비자가 과거 실업경험으로 지출을 줄이고 이를 저축할 경우 소비자는 미래에 더 많은 부(wealth)를 축적하게 된다.
실업경험에 따른 가계소비 감소는 주로 총소득과 총자산이 작은 가구에서 나타났으며 총자산이 최상위인 가구에서는 실업경험이 증가해도 소비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 자산이 많은 계층이 실업경험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비를 줄이지 않은 것은 실업경험에도 불구하고 축적한 자산과 상대적으로 작은 차입제약 등에 힘입어 가계소비를 줄이지 않은 데 기인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상흔 소비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결과 과거 충격이 상흔(흉터)이 돼 가계소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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