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서 있던 행위, 313조 적용 못해"

대검찰청 진술 분석관이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 아동을 면담하고 그 내용을 녹화한 영상은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 "검찰분석관이 성범죄피해아동 면담한 영상, 증거 능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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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같은 판단을 내놨다.

해당 사건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피해 여아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친모와 계부, 지인들이 기소된 사건이었다.


성폭력범죄처벌법에 따라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 조회가 필요하다.

대검찰청 소속 진술 분석관은 검사로부터 의견조회를 받고, 본인이 피해자와 면담하는 내용을 녹화했다. 이후 검사는 녹화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의 쟁점은 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였다.


1·2심과 대법원은 일관되게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영상녹화물은 수사 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313조 1항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사건 관련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법정에 출석해 말한 것만 증거로 쓸 수 있다. 그 밖에 남에게서 전해 들은 말이나 진술이 담긴 서류는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몇 가지 예외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참고인 등의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경우에는 312조에 따라 조서·진술서의 형태로 작성돼야 한다. 진술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온 경우에는 313조에 따라 진술 내용이 포함된 사진·영상 등의 형태도 허용한다.


검사는 진술 분석관의 면담 녹화물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왔으므로 313조를 적용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검 진술 분석관은 수사관이 아니고, 피해자와 면담한 것일 뿐 수사나 조사한 게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면담이 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진술 분석관은 대검 소속이며 면담 장소도 지방검찰청 조사실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수사 과정 외'의 경우에서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허용하는 313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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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영상녹화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아니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도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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