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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인구절벽 맞닥뜨린 'K-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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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조선사 얘기다. 사무기술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4000여명 중에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만 55세 이상 60세 미만 직원이 10%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부서에 근무하는 10명 중에 1,2명이 몇 년 뒤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다. 퇴직할 나이가 지나서도 건강한 체력 덕분에 "더 일을 할 수 있다"며 일터를 잘 떠나지 않는다고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 노동자의 비율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조선사들은 수주 행진에 힘입어 3~4년 치 일감을 확보하면서 길고 길었던 부진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호황을 마음껏 누려야 할 시간이지만, 일손 부족에 고령화 파고가 겹치며 샴페인을 터뜨릴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이미 국내 조선소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조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작년 3분기까지 조선업계에 투입된 생산인력은 총 1만400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이 1만2000여명이나 차지한다고 한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 수는 2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철강이나 정유,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년 퇴직자의 수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신입 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퇴직자들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초동시각]인구절벽 맞닥뜨린 'K-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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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직면한 한국 제조업의 현실은 어둡다. '3D' 기피로 인한 구직자와 일자리의 불균형이 여전한 가운데 근로자들은 나이를 먹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연령은 2022년 기준 43.8세다. 10년 전인 2013년 40.5세보다 무려 3살이나 높아졌다.


고령 노동자가 늘면서 산업재해 발생 위험도 커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산업재해자 수는 약 13만명, 산재 사망자 수는 약 2000명가량 발생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재해자 수 4만5332명(34.8%), 사망자 수 1089명(49.0%)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인 사고, 사망 확률을 보였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근로자가 나이를 먹는 것은 기업에 예기치 못한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어느 기업이 고령 노동자를 대체할 젊은 근로자를 마다할까. 하지만 젊은 근로자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29세 이하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40대 취업자 수도 2022년 7월부터 21개월 연속 감소했다.


문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경제활동에 나설 사람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유·초·중·고교 학생 수는 1990년대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23년에는 578만명에 그쳤다. 이들이 취업할 시기가 다가오면, 기업들은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심각한 인력난에 빠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과연 그때도 이민자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기업들은 제조기술 고도화를 통해 일손 부족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설비 자동화를 비롯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AI와 기계가 모든 음식과 재료를 만들어주고, 사람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주일에 5일 이상 근무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긍정론을 펼쳤지만, 직접 체감하기까진 먼 얘기로 들린다.


단순하게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구절벽 시대에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절실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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