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수십조원 공약청구서
누가 승리하든 재정적자 확대
여야, 국가재정법 처리 급선무
꼭 일주일 후면 4·10 총선의 결과가 나온다. ‘거야 심판’을 내건 여당 혹은 ‘정권 심판’을 띄운 야당 중 한 곳이 다수당이 되겠지만 아직 결과를 예측하긴 이르다. 남은 일주일간 말실수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의 향방 등에 따라 얼마든지 판세가 출렁일 수 있어서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20% 정도 된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4·10 총선 후 공통으로 전개될 장면은 하나 있다. 여야 어느 쪽이 실권을 잡든 간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재정 적자다. 정부가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통해 임의로 줄일 수 있는 예산인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선거기간 남발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각종 지출이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5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9%다. 나라 살림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가까스로 맞춘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최근 나온 감세방안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함정이다. 설상가상 다자녀 등록금 면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 상향 등 선거기간 발표한 여당 공약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까지 더해진다면 정부 목표는 임기 내 한 번도 지키지 못할 ‘헛약속’이 될 수 있다.
야당이라고 다를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는데, 여기 필요한 돈은 13조원(민주당 추정) 정도다.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존 예산을 조정하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주장이지만 올해 우리가 국채이자 상환에 써야 할 돈만 27조4000억원이 넘는다. 재정 수입도 지출 상황도 모두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이 같은 예산을 새롭게 마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 한 문제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서로 포퓰리즘 공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 후 쏟아질 수십조원 단위의 공약 청구서로 나라 곳간이 새면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나라 살림이 펑크나며 선진국 지위도 잃게 된다. 이를 그저 지나친 공포를 유발하는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손사래 칠 일이 아니다. 이미 누적된 재정적자에 대한 경고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장기 재정전망에서 2070년께 국가부채가 GDP의 192%를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2075년 한국의 공공 부문 부채가 GDP의 200% 수준까지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 공약이 총선 후 회색 코뿔소(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한 위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재정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강제한 재정준칙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총선 후 여야가 가장 먼저 할 일이 바로 2022년 9월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라고 본다. 재정준칙은 미래 세대를 위한 법안이란 명분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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