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용·대손충당금 증가가 적자 원인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증가로 자산건전성 악화
저축은행중앙회 "손실흡수능력 충분"
지난해 저축은행이 55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가 이어진 2014년 이후 9년 만의 첫 적자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2년 1조5622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부터 8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던 기조가 이번에 멈춰섰다.
저축은행업계는 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이자비용 증가와 적극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꼽았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5조3508억원으로 전년(2조9177억원) 대비 83.3%(2조4331억원) 급증했다. 2022년 높은 이자로 예금을 많이 유치하면서 지난해 이자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변동금리 상품이 많은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의 경우 대부분 1년짜리 고정금리"라며 "이자비용이 올라도 대출금리에 즉각 반영해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3조9000억원을 적립했다. 2022년(2조6000억원)에 비해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압박한 영향이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40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고 이는 적자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4분기 당기순손실만 4154억원으로 1분기(-527억원)·2분기(-432억원)·3분기(-446억원)와 비교해 월등히 많다.
지난해 저축은행 총자산은 126조6000억원으로 전년(138조6000억원) 대비 8.7%(12조원)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 등의 여파로 기업대출 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38조9000억원으로 전년(4조2000억원) 대비 3.1%(1조3000억원) 줄었다. 기업대출은 58조9000억원으로 전년(68조7000억원)과 비교해 14.3%(9조8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저축은행 수신은 107조1000억원으로 전년(120조2000억원) 대비 10.9%(13조1000억원) 감소했다. 2022년엔 레고랜드 사태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유치해 수신이 증가했다. 지난해엔 자금시장 안정화와 여신감소 등에 따라 수신이 예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자기자본은 14조8000억원으로 전년(14조5000억원) 대비 2%(3000억원) 증가했다. 증자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증가했다. 지난해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 대비 3.14%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0.27%포인트 오른 5.01%, 기업대출은 5.12%포인트 상승한 8.02%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로 전년(4.08%) 대비 3.64%포인트 상승했다.
자본적정성 평가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5%로 전년(13.15%)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규제비율인 7~8%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출이 줄어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했지만 자본확충 등으로 자기자본이 늘어 BIS 비율이 증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고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했지만 자기자본과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감안할 때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오 회장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해도 저축은행 자체 유동성과 중앙회의 유동성 공급, 외부 크레디트라인,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면서 "수신 추이와 금리변동 상황 등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수익성을 개선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동산경기 침체 등에 따른 관련 리스크 증가와 경기회복 둔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부정적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업황이 올해 저점을 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 손실 확대의 주요 요인인 이자비용이 줄어 관련 손익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 연착륙을 유도할 계획이다. 자체 PF 부실채권 정리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경·공매 등을 통한 다각적인 매각,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한 채무조정과 정상화 추진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 회장은 "정책·감독당국 지원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비용절감을 비롯해 시장상황 변화에 맞는 신규영업 등을 통해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