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배탈로 자리 비운 사이 학생 사고
교육청 감사·경찰 고소에 큰 스트레스
얼마 전부터 '살고 싶지 않다' 말해

"34년 교직 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진 것처럼 느꼈대요. 자괴감 같은 게 너무 커서…."


정년을 1년 남기고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용인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생전 학부모 민원과 뒤따른 경찰 고소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의 유가족은 경기 용인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얼마 전부터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근무하던 학교 앞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가 근무하던 학교 앞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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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유가족은 "토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신 후로 연락이 되지 않아 이튿날 실종신고를 했는데 경찰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퇴직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동안 (교직 생활을) 잘 해왔던 것만 생각하시고 이겨내 보자 말씀드렸었는데 이런 결정을 하시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고받고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는 게 본인으로서 충격이 많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께 체육 교사인 A씨가 수업 시간에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눈 부위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에선 이 사건과 관련해 A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이에 불복해 교육청에 A씨에 대한 감사 및 징계를 요청했고, 최근까지도 감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경찰에도 고소했다. 경찰은 이후 최근까지 A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해왔는데, 정식 조사가 이뤄지기 전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A씨가 자리를 비운 이유는 배탈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가족은 "배탈 때문이었더라도 고인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형사 사건을 알게 된 뒤 (심리적 고통이) 더 심했던 거 같다"며 "고인이 (수업 중 자리를 비운 행위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나이가 많으심에도 학생 인권 중심으로 달라진 교육 흐름 같은 걸 잘 맞추려고 큰 노력을 하셨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고인이 되게 괜찮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사고를 겪게 되니…"라며 안타까워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일 오전 10시 35분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청계산 등산로 초입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A씨 유서에는 가족에게 남기는 메시지 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추정할 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사망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 기록 및 사진·문서자료 등을 토대로 A씨가 어떤 경위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됐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A씨가 생전 근무하던 학교 정문 앞에는 A씨를 추모하는 시민들과 동료 교사들이 보낸 조화 수십개가 놓였고, 고인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쪽지들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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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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