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 후 3주간
서울 분양권 거래 22건 중 12건 '직거래'
인근 구축 매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도
양도소득세·증여세 회피 편법 거래 의심
이달 초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 3주 동안 거래된 서울 분양권 중 절반 이상이 직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분양권은 인근 구축 아파트보다도 낮은 시세에 거래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양도소득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대폭 완화된 지난 7일 이후 서울에서 분양권 22건이 거래됐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12건이 직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와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단지에서 각각 3건이 직거래 됐고,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2단지에서 2건, 그리고 개포프레지던스자이,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주상복합(그라시엘)에서 각 1건이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상적인 거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주변 구축 아파트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전매제한 완화 후 직거래로 계약된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 3건은 신고액이 각각 10억원, 10억5630만원, 11억1425만원이었다. 인근의 구축 아파트인 래미안크레시티의 같은 평수가 12억~13억원대 형성됐다는 점에서 구축 아파트보다도 낮은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됐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이상거래는 매도인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분양권은 당첨 1년 내 팔 경우 시세차익의 70%, 2년 이내는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 10%를 가산하면 실질 세부담은 66~77%에 달한다. 하지만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허위 거래가격으로 계약한 다운계약서를 활용해 직거래하면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가령 분양가 10억원인 아파트 분양권을 당첨일로부터 1년 이내에 프리미엄(웃돈) 1억원을 더해 11억원에 매도한다면 최대 77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때 매도인이 프리미엄(웃돈)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5000만원을 매수인에게서 현금으로 받게 되면 5000만원에 대한 세금인 3850만원만 납부하면 돼 매도인의 세 부담은 절반으로 줄게 된다.
증여세를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대문구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는 "대상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시가보다 특별히 낮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발생하는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분양권을 직거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권을 자녀에게 매매할 때 중도금 대출을 승계하게 되면 분양권의 10%인 가격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발생한다"며 "게다가 분양권은 취득세 과세대상이 아니고 분양받은 금액으로 전매하면 양도차익이 없어 양도세도 발생하지 않아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탈세 목적으로 직거래를 하는 경우는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 전매행위에 대한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매제한 완화로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청약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법한 전매행위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며 "탈세를 위한 위법거래는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당국의 모니터링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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