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하루에 한 개꼴' 전세사기 대책…설익은 대책 우려도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당정협의 17회
올해 24차례 당정협의 개최
與, 정책 주도권…내년 총선 포퓰리즘 우려도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정부와 정책협의가 잦아졌다. MZ세대의 반발을 샀던 '주 69시간 근로제'처럼 민심과 거리가 먼 정부 정책이 발표되기 전 당정협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의도지만,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표심을 겨냥한 설익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개최된 24차례 당정협의회 가운데 17회가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집중됐다. 당정은 이달 들어 11차례나 머리를 맞댔는데, 난방비 폭탄 논란에 이어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 여론이 빗발치면서다 .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경매 중단'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한 뒤 이튿날 곧바로 전세사기 대응을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이어 지난 20일 원희룡 국토부장관 등을 국회로 불러 당정협의회를 열었고,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입법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23일에는 비공개 당정대 회의를 진행해 '전세사기 특별법'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하루에 한 개' 꼴로 대응책을 추가했고,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 활용 방안에 대해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당내 전세사기TF 첫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매입한다거나 임대주택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든 정부가 매입하든 1차 이익은 다 채권자에게 돌아간다"며 "피해자들의 구제나 보상에 쓰이지 않고 채권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20일 당정협의회에서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과 주택 낙찰 자금을 저리대출하는 방안이 제시된 뒤 23일 발표된 특별법에는 '임대 주택 활용'까지 추가됐다. 특별법은 세입자가 자금 융자 지원 등을 받아 경매로 넘어간 매물을 우선매수청구권으로 경낙(부동산 소유권 차지)할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가 매입을 원치 않거나 자금이 부족한 경우 LH공사가 대신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매입한 뒤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로 임차인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피해 임차인이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야당이 제안한 "공공매입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전세사기 주택을 사들여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초기에 공공매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반대하던 것에서 입장을 선회해 다행"이라면서도 "충분한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추경을 통한 예산 편성도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또한 지난 23일 "정부가 기존 예산으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면 매입임대주택을 이용해야 하는 취약계층과 전세사기 피해자간 싸움을 붙인다는 논란도 있다"며 "별도의 추경을 통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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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달 3·8전당대회에서 당과 정부는 한 몸이라는 뜻인 '당정일체'를 내세우며 당선됐다. '친윤(친윤석열)계 일색의 당 지도부가 선출되면서 각종 이슈에 대해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정책의 키를 쥐게되면 포퓰리즘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례로 올들어 4차례나 개최된 난방비 관련 당정협의에선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인상을 보류한바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포퓰리즘과 현실적인 부분 사이에서 상당히 (여당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여당이 문재인 정권에서 제때 (요금을) 올리지 않았던 점을 비판했는데 자신들이 올리자니 내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 같으니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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