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보다 대기업서 특허신청 건수 감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 회사에서 쫓겨난 기술직들이 인력 부족을 겪던 스타트업과 비기술 회사로 이동하고 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빅테크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 상황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오히려 미국의 혁신에는 도움이 될까?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시카고대의 우푸크 악시깃 경제학 교수 등이 내놓은 '모든 창조적 인재는 어디로 갔나'라는 논문을 인용해 제품의 질을 높여 시장을 장악할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미국의 발명가(inventor)가 스타트업보다 대기업에서 돈은 더 받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덜 내놓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 떠나 스타트업 자리잡는 IT 기술자들, 美혁신엔 오히려 도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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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2000~2016년 76만개의 특허 관련 데이터와 미 인구조사국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나왔다. 발명가가 특허를 내놓는 건수와 이들의 소득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발명가들은 스타트업과 비교해 기존 대기업에 취직했을 때 소득은 12.6% 증가했지만, 혁신적인 결과물, 즉 특허 신청 건수는 6~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시깃 교수 등은 발명가들이 스타트업에서는 회사 제품 혁신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기업에서는 개인의 성공을 위한 승진 등에 집중하면서 혁신 아이디어 창출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실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웨이즈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노암 바딘은 자신의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뒤 7년 이상 구글의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느낀 건 '기업 관료주의'였다. 스타트업에서는 무언가가 잘못됐을 때 빨리 결정해 변화하는 업무 방식이 주로 이뤄졌다면,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신중한 태도로 간단한 해결책보다는 복잡한 해결책을 선호했으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승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WSJ는 "직원 수가 400명도 채 되지 않는 스타트업인 오픈AI가 인공지능(AI) 관련 업무를 해왔던 기술 대기업에 앞서 유용한 AI 챗봇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이 기술 부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소매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악시깃 교수는 대기업이 발명가를 대거 채용해나가는 것이 미국의 혁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의 발명가 고용 비율이 2000년 50% 미만에서 2010년대 말 58%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는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가장 전형적인 문제 중 하나가 연구개발(R&D)과 생산 부서의 단절이 있는 것"이라면서 "기업 규모가 작으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아니까 이를 염두에 두고 상대적으로 빨리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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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기술직 종사자들의 대규모 정리해고, 스타트업 등으로의 이전과 맞물려 미국의 기술업계 혁신 동력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직 종사자들은 빅테크 기업에서 스타트업, 비기술 회사로 이동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비용 감축을 통한 효율성 증진에 핵심 가치를 둔 상황에서 베테랑 기술직 종사자들도 유명한 회사에서 일하기보다는 직업 안정성이나 개인의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WSJ는 분위기를 전했다.


기술 연구개발 업체 콤프TIA의 팀 허버트 최고연구책임자(CRO)는 기술직의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2.2%로, 대부분 어디에선가 다시 흡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에서 스타트업이나 사이버보안, 기술 컨설팅 회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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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WSJ는 일각에서 빅테크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스타트업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기술력 좋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로버트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혁신가들이 대기업에 들어가 특허를 덜 냈다고 해서 그것이 생산성을 대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기업에서 더 큰 사업 영역에서 혁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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