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진 교체 등 지배구조 개편 돌입
결국 여당이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평가
소유분산기업서 막강한 권력 '사외이사'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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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그 시작은 이사회 구성이다. 특히 사외이사는 대표이사 추천부터 동료 사외이사 추천까지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말하자면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KT 대표를 정한다. 게다가 사외이사들이 새 사외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구조다. 이사회를 장악하면 이론적으론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이사회 자체를 특정 정치적 성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천명한 KT가 야권 성향의 사외이사가 장악하다시피 했던 기존 이사회를 어떻게 탈바꿈시킬지 관심이 모인다.


3일 현재 임시 체제의 KT 이사회 멤버는 김용헌 대륙아주 변호사,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 사외이사 4명이다. 김용헌 변호사를 제외한 3명의 이사는 지난 주주총회 직전 사퇴해 이사의 결원 조항에 따라 새 이사회 구성까지만 임무를 담당하는 '임시 이사'다. 즉 현재 KT 이사회 멤버는 사외이사 1명이고 KT 내부 사내이사는 없다.

임시 이사들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New Governance 구축 TF’가 새로운 이사진을 꾸릴 때까지만 활동을 한다. TF는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KT가 이사회 새판짜기에 돌입했다는 것은 그간 여당이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의미다. 즉 더 이상 현 정부에서 KT를 압박할 필요가 없다. 애초부터 여권의 타깃은 KT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 물갈이'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소유분산기업'에서 사외이사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실제 구현모 대표 체제였던 지난 1월 활동했던 이사 10명 중 사외이사 3명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들어간 이른바 '친노·친문' 인사들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이강철 이사,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통계청장을 지낸 김대유 이사, 문재인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유희열 이사다.

구현모 대표 체제가 2020년 3월 시작된 이후 2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되는 동안 이들 이사는 임기를 연장하며 자리를 유지해왔다. 새 대표를 정하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 등 이사회에 내에서도 핵심 위원회를 맡아 인사권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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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KT 사외이사들이 뭉치면 스스로 계속 연임할 수도 있고, 원하는 사람을 새 사외이사로 임명할 수도 있다. 나아가 새 대표도 사외이사들이 임명한다. 예를 들어 KT의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는 이강철 이사를 위원장으로 김대유, 유희열, 김용헌, 벤자민 홍 등 사외이사 5인과 윤경림 사장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야권 성향 사외이사 3명이 뜻을 모으면 원하는 인물들로 사외이사 채우기가 가능했단 얘기다.


이 시기 학계 출신 사외이사들은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KT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8.83%였다. 안건 64개 중 사외이사가 던진 반대·기권표는 각각 3회에 불과했다.


반대·기권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인 성태윤 이사(반대 1회·기권 2회),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인 박찬희 이사(기권 1회), 김용헌 이사(반대 1회), 벤자민 홍 이사 등 총 4명이다. 이 중 가장 많이 반대·기권한 성 교수는 2019년 유희열 이사와 같은 시기에 이사회에 들어왔음에도 연임에 실패했다. 구 대표 성과금 상향과 관련해 기권표를 던진 박찬희 교수 역시 연임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고도 구 대표가 2차례나 연임에 나섰던 것도, 윤경림 사장이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위원회 내 야권 성향의 사외이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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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압박이 계속되고 경영진을 향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 되면서 결국 이들 야권 성향의 이사는 물러났지만, 이들의 사퇴가 KT의 경영 정상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여권의 목표는 대표이사 교체가 아닌 사외이사 물갈이에 있었을지 모른다"라며 "자신들과 코드가 맞아야 차기와 차차기 대표이사까지 원하는 사람으로 앉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KT가 현 이사회 체제를 유지할 경우 이번에는 현 정권이 선호하는 이들이 사외이사직을 차지할 것이란 점이다. 이후 정권이 바뀔 경우 다시 분란이 일어날 불씨를 품는 것이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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