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 OPEC+(플러스)가 내달부터 자발적 추가 감산에 들어간다. 이번 감산은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대규모 감산 정책과 별도로 실행되는 것으로, 총 감산 규모는 전 세계 수요의 3.7% 정도다. 이번 감산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러시아에 밀착하고 미국에 반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신냉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내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의 50만 배럴(bpd) 또는 전체 생산량의 5% 미만의 자발적 감산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인 감산은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을 위해 예방적으로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도 5월부터 연말까지 14만4000bpd 감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UAE의 국영 WAM 통신은 이번 자발적 감산이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라크도 이날 하루 21만1000bpd 감산 계획을 발표했고, 쿠웨이트(12만8000bpd), 오만(4만bpd), 알제리(4만8000bpd), 카자흐스탄(7만8000bpd)도 자발적 감산에 동참했다. 설비 부족으로 이미 기준치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하는 회원국들은 이번에 자발적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달 시작된 50만bpd 감산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책임 있는 원유시장 참가자로서 러시아는 올해 연말까지 50만bpd 자발적 감산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추가 감산량을 합하면 116만~337만bpd로 전 세계 수요의 최대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자발적 감산은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대규모 감산 정책과 별도로 실행되는 추가적인 조치로, 아시아 시장 개장 전 주말사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외신들은 짚었다.


이들 산유국들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유럽으로 번지면서 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파산 여파로 국제 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아스펙트의 연구책임자인 암리타 센은 이번 추가 감산에 대해 "은행 위기로 발생할 수 있는 수요 약세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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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추가 감산 조치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사우디 간의 새로운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며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우디가 잇단 감산 조치로 러시아 편에 서면서 신냉전 구도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악화 이후 사우디가 탈미국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사우디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에 밀착하고 있는 사우디가 '더 이상 단극의 세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OPEC+가 지난해 말부터 감산 방침을 고수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익을 제한하기 위해 증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OPEC+ 회의가 열리기 전 사우디를 상대로 감산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압박을 가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직접 만나 증산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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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즉각적인 유가 상승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회사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는 이번 감산 조치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중개업체인 PVM은 주말 이후 거래가 시작되는 3일 즉각적인 가격 급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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