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주애·김여정 내세웠지만 열악한 여성 인권
'성차별 금지' 법 있지만 남존여비 사회
로열패밀리 아니면 여성인권 취약
가부장적 분위기, 여성 지도자 나오기 어려워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자녀 중 둘째로 추정된다. 주요 행사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가 귀빈석, 주석단 중앙 자리까지 꿰차면서 그가 김정은을 이을 후계자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주애뿐 아니라 그의 어머니 리설주와 고모 김여정 등 최근 북한에선 여성들이 주요 인물로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이른바 '로열 패밀리'가 아닌 일반 북한 여성들은 가정·학교·군대·구금시설 등에서 빈번한 폭력과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1일 통일부는 2017∼2022년 탈북한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공식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과 열악한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각종 폭력에 대한 사례가 다수 수집됐다.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이 열리는 평양 김일성광장 귀빈석에 자리잡고 박수치는 김주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성권리보장법(2015) 제2조.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북한의 정책이며, 국가는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엄격히 금지한다
북한에선 여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적으로 명시해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차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에는 딸보다 아들을 선호하거나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고, 딸에게는 아들과 달리 교육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등 남존여비 사상에 기반한 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남성이 대학 진학, 입당승진직업 배치 시에도 여성보다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학업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국비 유학생 선발이나 석박사 진학을 준비하는 수재반에 편성해주지 않는 등 교육에서의 차별도 존재했다고 한다. 보고서에서 한 사례자는 "북한에서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면 별도의 시험에 응시할 필요 없이 러시아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남학생만 선발했다. 여자들은 유혹에 약하고 빨리 변절한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성폭력 사례도 다수 수집됐다. 북한 형법에는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에 대해 최고 9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최대 사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지만,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성폭력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의 탓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를 꺼린다는 점이다. 당국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의 행실로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군대에서 상급자, 동료 군인에 의한 성범죄 사건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불명예 제대를 당했다는 사례도 수집됐다.
북한이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중앙과 지방에서 다채로운 축하공연들과 체육 및 유희오락경기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내놓은 사설 역시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전용 사설임에도 오히려 북한의 여성 인권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 증진을 위한 행사가 열리는 데 반해 노동신문의 이번 사설은 여성의 가정 내 돌봄노동과 헌신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근대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비판받은 사설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조선여성들의 충성과 애국의 전통을 끝없이 빛내여나가자'라는 제목의 글이다. 사설은 "(여성들은) 오직 (김정은) 총비서 동지만을 따르는 충성의 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이어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안해(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항상 자각하면서 시부모들을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들이 국가와 사회 앞에 지닌 본분을 훌륭히 수행하도록 적극 떠밀어주어야 한다"며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내세움으로써 조국의 부강번영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딸, 로열패밀리인 김주애는 4대 세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김주애의 등장 이후 국내·외 언론은 김주애와 동생 김여정 간 모종의 후계 권력 투쟁에 초점을 맞춰왔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후계자 논의까지 나오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당이 최근 김주애의 등장으로 권력 서열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과거 김정은 곁에 동행하던 김여정이 김주애 등장 이후 뒷줄 구석으로 밀려난 모습 등이 주요 행사 사진 등에서 포착되며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나이가 아직 마흔 정도 된 상황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과연 가능하겠느냐,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것은 좀 이른 것 같다"라고 답했다.
태영호 의원 역시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후계 구도 논점은 이거다. 김주애가 딸인데 딸이 과연 후계 구도를 이어받을 수 있느냐"라며 "김주애가 추후 결혼하고 애를 낳게 된다면 엄마 입장에선 당연히 자기 애를 후계로 삼을 텐데, 그러면 이게 완전히 모계 혈통으로 구도가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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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은 이어 "앞으론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여성이 북한 사회에서 후계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며 "김정일이 합법적 결혼을 해서 낳은 자식들은 모두 딸이라 아들을 앉히기 위해서 세번째로 아내를 맞아들여 낳은 것이 현 김정은이다. 아들을 낳기 위해서 끝까지 한 것인데 김정은도 그런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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