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차기 CEO 후보 사퇴 결정
전임 CEO와 선긋기…새 성장 전략 마련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23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KT의 앞날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구 대표가 앞세운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비전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2020년 KT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 대표는 3년 임기 동안 '디지코' 전략을 내세우고 통신 회사(텔코)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전통적인 통신사업 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일명 'ABC' 비통신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디지코 전략의 산물이다. 이에 힘입어 KT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3년 만에 약 45% 증가했다.
구 대표의 경선 포기로 차기 리더십 교체가 확실시되면서 지난 3년간 KT의 성장 엔진이었던 '디지코' 전략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구 대표가 물러난 만큼 신임 CEO는 구 대표의 전략을 이어가기보다 차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전임 CEO의 업적인 디지코를 지우고, 이와 다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T는 CEO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해왔다.
현재 KT 대표이사 사내외 후보군은 구 대표가 빠지면서 33명으로 줄었다. 1, 2차 심사를 거쳐 오는 28일 후보군을 한 자릿수로 좁힌 최종후보자명단(숏리스트)을 발표한다. 다음 달 7일 면접 심사를 실시하고, 최종 대표이사 후보를 발표한다.
3월 7일 확정되는 신임 KT 대표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디지코를 대체할 미래 성장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구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이미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경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KT는 임기가 만료된 임원을 1개월 단위로 재계약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대비 3~4개월 뒤처진 상황에서 속도감 있게 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편, 통신 업계에서도 KT 차기 CEO를 주시 중이다. 업계가 전반적인 방향성을 함께하는 만큼, 전임 CEO 업적 지우기에 몰두해 무리한 전략을 내세울 경우 산업 전반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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