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1년 앞두고 동맹 과시한 미·러…바이든 "푸틴, 큰 실수"(종합)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엔 강력한 동맹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이우에 이어 폴란드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대한 안보 약속을 재확인했고,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대한다며 중국과 밀착된 행보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정, ‘부쿠레슈티 9개국(B9)’ 정상들의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나토 모든 영토 1인치까지 방어"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나토 동부전선 국가 간의 안보 협의체인 ‘부쿠레슈티 9개국(B9)’ 정상회담에 참석해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명백하다"며 "말 그대로 나토의 모든 인치(inch)까지 (영토를) 방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의 집단방위체제를 상징하는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전체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동부 일대까지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나토 동맹국에 대한 확고한 방어 공약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계기로 결성된 B9은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예전보다 더 강력해졌다"면서 "자유를 수호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B9 회담은 오는 7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대비한 사전토론 자리이기도 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회담에 참석해 "우리는 2008년 그루지야, 2014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수년에 걸쳐 러시아의 침략을 목격했다"면서 "러시아가 유럽의 안보를 잠식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침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로 유럽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복귀한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하고 폴란드에서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데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날 B9 정상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에 대해 "큰 실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게 떠넘기며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발표한 이후 첫 공식적인 반응이다.
◆푸틴, 왕이 만나 "내 친구, 시진핑"
같은 날 푸틴 대통령 역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시 주석을 '나의 친구'라고 표현하는 등 동맹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을 찾아 나토 동맹의 결속을 다지고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선포한 만큼,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개전 이후 경제적, 외교적으로 자국을 지원해준 중국의 존재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링궁을 찾은 왕 위원에게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이르면 4~5월 중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이어 "양국 관계가 계획대로 꾸준히 잘 발전하고 있다. 우리의 협력이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 역시 "중·러 관계는 태산처럼 안정적"이라며 이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라고 화답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지금까지 제3자를 겨냥하지 않았으며, 제3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제3자의 협박은 더더욱 수용하지 않는다"는 왕 위원의 발언은 사실상 미국과 서방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 이후 공개된 자료에도 '패권 주의와 집단 대결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 나토를 활용해 중국,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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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푸틴과 바이든이 각각 강력한 동맹을 보여주며 외교의 날을 마무리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동맹을 떠받치는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조국의 수호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행사도 개최했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 다음날 이뤄진 이번 행사는 러시아 국민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한편 전날 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는 이러한 결정이 핵전쟁 위험을 키우는 것은 아니라며 위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위해 군비 통제를 비롯해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약 복귀 조건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것은 서방에 달려 있다"며 "서방이 우리의 우려를 고려할 준비가 되는 즉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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