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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성과급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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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성과급이 뜨거운 감자다. 기업들이 한 해 동안 경영 성과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주는 보너스가 매년 이맘때쯤 사람들의 관심에 오른다. 내 성과급보다는 다른 사람이 받은 성과급에 더 눈길이 가기 마련. 가장 많이 받은 직장은 어디인지 궁금하고, 성과급을 잘 챙겨준 기업은 호감도도 오른다. 한 연구소가 기업체를 대상으로 성과급 지급 여부를 물어본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6곳이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우리에게 성과급 제도가 익숙해졌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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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로는 직원의 사기 진작(63.8%)을 꼽았다. 또 성과 목표 달성(49.2%), 인재 관리 차원(26.6%) 등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로 들었다. 성과급은 직원의 사기를 올려 목표를 향해 달리게 만드는 당근이다. 또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올해는 성과급을 많이 지급한 기업들이 되려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바로 금융과 정유업계다. 지난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경제위기를 지나오면서 업종에 따라 성과가 크게 벌어졌다. 이들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눈총을 받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도 1조193억원보다 3629억원 늘어났다. 1년 사이 성과급 총액이 35%가량 증가한 것이다. 금리가 올라 대다수 국민들이 대출이자와 가계부채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 이자로 돈을 번 은행의 성과급이 고까울 수밖에.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뛰자 수조원의 이익을 누렸다. 정유사 직원들이 기본급의 1000%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식에 그동안 기름값 폭등에 고통받아왔던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이나 금리 인상 등 경영 외부 변수가 바뀌면서 호황기를 누렸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3일 "은행의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익 일부를 사회 환원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기업의 성과가 서민과 괴리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목적을 가진 기업의 정당한 수익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회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기업의 성과를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보다 장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같은 기업 내에서도 성과급을 받은 부서와 받지 못한 부서가 생기기도 한다. 성과급 양극화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받았지만, 7년 만에 적자를 낸 생활가전사업부는 7%를 받는 데 그쳤다.


지금은 시총 2위로 잘 나가는 LG에너지솔루션도 과거에는 성과급을 기대하기는커녕, 실적도 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년간 연구에도 구체적 성과가 없어서 2000억원가량 적자를 내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은 어떤 경영진도 선뜻 책임지지 못하는 계륵 취급을 받았고 성과급은 상상도 못 할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870%를 지급할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다. 그 바탕에는 성과급 없이도 묵묵히 자신의 업무에 열중했던 그때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있다.


실적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성과에 기뻐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과급을 받지 못한 기업이나 부서를 다시 평가해보는 것은 어떨까. 누가 알겠는가. 그 부서가 미래에 회사를 먹여 살릴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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