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당대표 후보 헷갈려"…與 전대판 뛰어든 이준석, 속내는?

전당대회 흥행할수록 이 전 대표 유리해져
김기현 "당대표 후보, 천하람인지 이준석인지"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국민의힘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3·8전당대회에 이준석 전 당대표가 본격 참전했다. 이번 전대에서 '친이준석계'라고 분류되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허은아·김용태·이기인 최고위원 후보 등 4명을 지원 사격하는 모양새지만, 지난해 당원권 정지 이후 출판 정치로 활동을 재개한데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과정으로 분석된다.

13일 이 전 대표는 당 전당대회 후보들의 첫 합동토론회가 열리는 제주까지 달려갔다. 오전에는 제주 한 식당에서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과 개혁보수 4인이 갖는 간담회에 참석했고, 오후에는 합동토론회 자리에 참석해 당원들도 만났다.

이같은 이 전 대표의 행보는 이번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대 흥행은 높은 투표율로 이어지면서 조직표를 앞선 친윤계 후보보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이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전 대표가 자꾸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이 기사화가 되고, 이 전 대표 덕분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직자도 "지난번 이 전 대표가 당선됐을 때 전 국민적인 관심이 가장 크긴 했지만, 이번에는 당원 100% 투표로 바뀌면서 당원 아닌 주변인들은 전당대회에 흥미를 잃었다가 요즘 들어 이 전 대표가 나서자 다시 재밌어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당 안팎에선 당대표 선거 본경선에서 최다득표자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면, 안 후보 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 후보와 안 후보의 1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천 후보가 일정 지지율을 확보할 경우, 천 후보 지지표가 재투표에서 김 후보 쪽으로 쏠린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엄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꾸준히 신경전을 하는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는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됐을 경우 본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 열심히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이준석계 후보들의 약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고위원 선거는 1인 2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에서 허은아 후보와 김용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표 분산이 예상되는 친윤계 후보에 비해 유리한 구도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 전 대표의 입지가 확장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이 대표의 움직임을 놓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당대표 시절에 당원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인데, 이게 이 전 대표 때문에 가입을 한 건지 이 전 대표를 통해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가입한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이준석 개인 인기에 의해 입당한 당원들이 많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전 대표가 이렇게 움직인다고 해서 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유력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는 이날 제주에서 있었던 합동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가 천하람인지 이준석인지 헷갈린다"며 "그러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오는 게 더 좋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