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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아니야?" 병역비리 이슈 상처받는 뇌전증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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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환자 국내 약 37만명 추정
재활·자립 지원 법안은 국회에 계류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최근 배우,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허위 뇌전증(epilepsy) 진단으로 병역면탈을 시도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뇌전증이라는 질병도 유명세를 겪게 됐다. 발작 등 증세 때문에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한데, 여기에 더해 병역 비리를 위한 구실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된 것이다. 뇌전증은 어떤 질병일까.


뇌전증의 옛 명칭은 간질이다. 2014년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법령 용어를 뇌전증으로 손봤다. 뇌 신경 세포 중 일부가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킴으로써 나타나는 발작이 두 번 이상 자발적으로 반복해서 생기는 질환을 말하는데, 전해질 불균형, 요독증, 알코올 금단현상, 심한 수면박탈 상태 등 발작을 초래할 수 있는 몸의 이상이 없음에도 만성적으로 발작이 나타난다.

발작 등 질병 특유의 증세 때문에 낯설고 무서운 질병처럼 느껴지지만,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진료받을 만큼 흔한 병이다. 뇌 신경 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연령, 성별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뇌전증 환자는 14만8293명에 달한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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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500~20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 바빌로니아 왕국, 이집트 등 문헌에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질병이기도 하다. 프랑스 나폴레옹,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피타고라스, 음악가 차이콥스키 등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뇌전증에 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업적을 생각해보면 뇌전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편견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뇌전증 환자의 약 60~70%가 항경련제 복용을 통해 스스로 발작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당뇨나 고혈압보다 관리가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자 중 일부는 완치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실제 뇌전증 환자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의 벽은 높다.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는 발작 증세 등으로 일상생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매우 심해 사회생활에 차별받기도 한다. '국내에서 뇌전증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상암/2021) 논문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가 직업, 이성 교제, 결혼, 친구나 가까운 친척 등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병역 비리 사건이 뇌전증 환자들을 향한 편견을 더했다. 최근 배우, 운동선수 등 여러 유명인이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한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거나 등급을 낮춘 사건이 알려졌다. 이들은 뇌파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작 등 임상 증상을 지속해서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면탈을 위해 뇌전증 행세를 한 가짜 환자들 때문에 진짜 뇌전증 환자들이 고통받게 된 셈이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도 부재하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장애인복지법을 통해 관리받는 환자는 2만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2020년 뇌전증 환자의 재활과 자립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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