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면역도 빚 졌다…올해 독감에 유독 아픈 이유
고강도 거리두기·마스크 착용
"바이러스 면역력 떨어졌을 수도"
경기도에 거주하는 A(39)씨는 지난달 말 내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7살 아이가 A형 독감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심하게 앓았기 때문이다. A씨는 "한때 아이 열이 38도에서 안 내려왔다. 걱정돼 죽는 줄 알겠더라"며 "외출할 때 마스크를 씌워 보내고, 개인위생도 철저히 관리하는데도 이번 독감은 못 피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올겨울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절기 독감 유행 기준의 10배 이상을 초과한 수준이다. 코로나19와 함께 '트윈데믹(twindemic·감염병 두 개가 동시에 유행을 일으키는 현상)'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년간 잠잠했던 독감은 왜 지금 폭발한 걸까.
수년간 잠잠했던 독감, 올해 유행 기준 10배 초과
지난달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8일부터 24일까지 1주일간 전국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5.4명으로, 1주일 전인 41.9명에서 32.2% 증가했다. 2022~2023 절기 독감 유행 기준(4.9명)을 벌써 10배 이상 초과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2020~2021년은 오히려 호흡기 질환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독감뿐만 아니라 감기, 유행성 소아 질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상은 미국, 영국, 한국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는 독감이 자취를 감춘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등 개인위생 관념의 증가 등을 들었다.
코로나19 2년간 쌓인 면역 빚, 독감 유행 키웠을 수도
그렇다면 왜 독감은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유행하는 걸까. 일부 과학자들은 '면역 빚(immunity debt)'을 그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면역 빚이라는 용어는 2021년 8월 국제 학술 매체 '네이처'지에 등록된 한 논문에서 처음 소개됐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걸쳐 세계 인구의 독감 바이러스 면역이 줄어든 것을 일컫는 표현이다.
사실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거리두기로 인한 독감 감염 폭등을 우려해 왔다. 우리가 흔히 독감이라 칭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북반구에선 매년 11월~4월, 남반구에선 5~9월에 유행한다. 매년 돌아오기 때문에 계절성 바이러스라 한다.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이런 독감 바이러스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면서 알게 모르게 면역을 길러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은 고강도 방역 대책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급격히 감소했고, 마스크·손소독제 등을 반복 사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침투할 가능성도 줄었다. 이 때문에 독감이 충분히 유행하지 않아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면역학자인 존 트레고닝은 네이처에 "예전 같았으면 누구나 약간의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이고, 인체가 그 바이러스와 싸우며 항체를 형성해 면역력을 길렀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지난 수년간 바이러스가 부재해 인체의 항체 레벨은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의 부재, 백신 개발도 어렵게 해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의 부재'는 감염병을 예방할 백신 개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19바이러스처럼 변화무쌍해 겨울마다 새 변이를 일으키며 인체에 침투한다.
따라서 WHO는 매년 북반구와 남반구의 유행 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해 다음 절기에 유행할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한다. 이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백신 기업들이 매 절기에 맞는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독감 유행이 잠잠했기에 이런 모니터링 작업도 더욱 까다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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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감을 제때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전히 백신 접종이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4가 독감 백신'은 WHO가 예측한 네 종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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