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만원 편취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무죄…"미필적 고의 입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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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며 약 4500만원을 편취한 2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이종광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20)에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31일 오전 10시50분께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금융기관 직원을 행세하며 피해자 A씨로부터 현금 1500만원을 편취했다. A씨는 박씨를 만나기 전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의 일원인 성명불상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OO은행에서 최대 1억원까지 연 이자 2.3%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을 들은 상황이었다.


A씨가 대출을 받겠다고 답하자 얼마 후 또 다른 전화유인책이 OO카드 직원 행세를 하며 "OO카드에 있는 채무를 해결하지 않고 대출을 받으면 금융거래법 위반이다. 채무 1360만원을 현금으로 갚아야 하니 우리가 보내는 현금수거책 박씨에게 현금을 전달하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박씨는 같은날 오후 6시1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현금 3040만원을 편취했다. 당시에도 전화유인책들은 은행 직원과 카드회사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 B씨에게 채무를 갚지 않고 대출을 신청하면 금융거래법 위반이니, 현금 수거책인 박씨에 현금을 전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박씨는 무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고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고 있다는 의사를 가져야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로 나타난 행위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해야 한다"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 사기 범행이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02년생이었던 박씨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던 당시 만 19세로 고등학교 졸업 후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입대하기 전 편의점과 타일 공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한 구직 사이트에서 현금 수금 아르바이트 업무를 제시받았다. 업무를 제시한 사람은 한 행정사무소 소속 사무관 C씨로, 그는 박씨에 D 팀장으로부터 일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현금수거책 활동을 하며 D 팀장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은행 직원이라고 말하거나 자신의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채권 회수를 하면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는 자신의 신용카드로 택시를 결제했다. 이후 박씨는 D 팀장이 자신과 했던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내용을 지우라는 말을 이상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수당 400만원까지도 D 팀장에 송금하고 일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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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위 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D 팀장이 행정사무소 소속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라고 의심하기 어렵다"라며 "특히 피고인이 만 19세의 나이로 사회 경력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정도에 불과한 점을 비춰 볼 때 보이스피싱이란 범죄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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