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10분만에 2000만 달러 투자 결정
알리바바, 투자금 밑천 삼아 사세 확장
뉴욕증시상장으로 평가이익 8조엔 남겨
중국 인터넷 규제로 협력 관계 불투명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오른쪽)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이 '도쿄 포럼 2019'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오른쪽)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이 '도쿄 포럼 2019'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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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중국 온라인쇼핑 기업인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양 사의 23년 인연이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에게 2000만 달러(약 253억원)를 투자한 것을 계기로 양 사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상생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손 회장과 마윈 전 회장의 성공 신화도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보유하고 있던 알리바바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난 6월 말 23.7%였던 지분이 9월 말 14.6%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약 341억달러(약 44조 4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2022년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창사 이래 가장 큰 적자를 내면서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1분기 순손실은 3조1627조엔으로, 전분기에 이어 17년 만에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침체로 기술주가 하락하면서 IT기업을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가 올 상반기 50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이 적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매각을 계기로 양 사의 결속력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소프트뱅크의 결단과 관련해 "이번 지분 매각은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뛰어난 투자 감각을 가진 손 회장이 중국 기술에 냉담한 전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마윈의 비전에 사로잡혔다" 손정의, 10분 만의 대화로 투자 결정

이처럼 냉철한 투자 감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손 회장이 23년 전 알리바바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중국경제와 마윈의 비전에 담긴 가능성의 가치를 높게 샀기 때문이다.


2000년 야후 등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고 있던 손 회장은 향후 중국의 인터넷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 보고 투자 기업 물색 차원에서 중국으로 향했다.


마윈은 다른 기업가들과 달리 손 회장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투자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 회장은 그와 단 10분의 대화만을 나눈 뒤 2000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하기로 한다.


2020년 열린 도쿄 포럼에 참석한 손 회장은 "자신의 꿈과 철학, 미래의 전망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하는 마윈의 모습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며 "5분은 마윈의 말을 듣는 데 쓰고 5분은 그에게 내 자금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설득하는 데 썼다"고 첫 만남을 회고했다.


마윈은 당시 이미 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기에 투자금에 크게 관심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인터넷의 발전 가능성에 불신을 갖는 이들에 답답함을 느끼고 IT의 미래에 같은 이상을 가진 기업가를 만나기를 갈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포럼에 참석한 마윈은 "같은 이상을 가진 사람은 벗이 된다"며 "그 사람이 바로 손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지금도 미래를 위해 같이 싸우는 친구"라고 소회를 밝혔다.


손 회장에게서 거금을 투자받은 마윈은 이를 사업 밑천 삼아 알리바바를 중국 최대의 전자 상거래 회사로 키워냈다. 2014년에는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소프트뱅크에 막대한 평가이익을 안겼다. 상장 당시 알리바바의 기업가치 추정치 평균은 1860억달러였으며 이 중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양이 578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거둔 평가이익은 8조 엔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의 투자와 관련해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도 예외적인 수익률"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요령 있는 투자자 중 한 명이라는 손 회장의 명성을 더욱 빛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또 다른 신규 투자에 나서 사세를 확장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었다.


◆중국 인터넷 규제 강화…양 사 협력관계 유지 불투명

그러나 둘 사이의 비즈니스 협력관계는 2020년을 기점으로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손 회장은 "가장 성공적이었던 투자에서 졸업한다"며 알리바바 이사직에서 내려왔다. 마윈 역시 소프트뱅크 그룹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거물 기업가가 상대방 회사 이사회 소속으로 일하며 다져온 15년 동안 협력관계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이번 매각을 계기로 양 사가 협력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소프트뱅크의 보유 지분이 20% 밑으로 내려가면서 알리바바가 계열사가 아니라 투자 회사로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언론들은 중국의 인터넷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당국은 부적절한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자국민의 인터넷 사용을 검열하는 '황금방패(금순공정·金盾工程)' 정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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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접속을 차단하면서 인터넷의 데이터를 모두 자국 안으로 가두려 하고 있다"며 "손 회장은 2000년대에 투자를 시작해 이 황금방패의 벽을 빠져나갔지만, 정부 주도의 규제 정책에는 대항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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