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좌우 막론 ‘아빠 찬스’가 던지는 숙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식 논란’에 휩싸이면서 윤석열 인수위는 시작부터 ‘내로남불’ 논란과 함께하게 되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식 논란이 공수가 역전되어 펼쳐지게 된 모양새다. 속칭 ‘조국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 거대한 균열을 내고 최종적으로는 정권 교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다.
사실 이미 보수와 진보의 전통적 구도는 희미해진 상태였다. 직전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는 국정 농단 등의 도덕성 문제 이전에 ‘무능하다’는 인식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반면 조국 사태는 진보가 과연 보수에 비해서 더 도덕적인가에 관한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졌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나온 대립 구도는 보수가 도덕을 강조하고 진보가 능력을 강조하는 신기한 모습을 띠었다. 이번 보수 정권은 능력 대신 도덕성을 내세웠다는 데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도덕성’ 정권을 공격하는 데 가장 쉬운 길은 도덕성을 내세운 이들을 내로남불로 비판하는 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선명히 드러났다. 보수는 진보를 무능하다고 비판하지 않고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구도라면 정호영 후보자를 빌미로 보수의 부도덕함과 비일관성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 정공법이 된다. 진보가 이렇게 물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을 가지고 그렇게 흔들었는데 보수는 왜 가만히 넘어가려 하는가?"
도덕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공수 교대를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에 걸친 ‘특혜’ 논란은 계층 재생산을 위해서 한국 사회의 상류층 내지는 상류 중산층이 얼마나 골몰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티 없이 ‘공정’한 사회는 이상향으로서나 가능할 것이기에, 그런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고 불만을 품지는 않는다. 다만 계층의 격차가 확대되고, 계층에 따라서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지며, 최종적으로 인식과 경험마저도 완전히 갈라지게 되는 것이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 게 사람들을 씁쓸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과거의 평등했던 기회의 땅 한국의 면모는 점점 사라지고, 서로 다른 높이의 세습적 성채가 한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씁쓸함을 최소한으로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본적인 법적·도덕적 조건을 맞췄다고 전제한다고 했을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도덕성보다는 비전과 능력이다. 평등 사회에서 계층 및 불평등이 등장해 세대에 걸쳐 세습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늘 반복되었던 주제다. 이를 뒤집는 것은 사회의 파멸적 위기 밖에 없었다. 파멸적 위기를 감당할 수는 없으니 우리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다만 바랄 수 있는 것은, 사회의 최소 수혜자들에게 노력에 따라 성취할 수 있다는 사회적 상향 이동의 희망이 다시 소생하도록 만드는 비전이며 그것을 실행할 능력이다. 사실 민주주의의 중요 목적부터 ‘유능한 정부’를 선출하는 것 아니던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능력 면에서 신뢰를 주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도덕성에서도 공격받으며 곤경에 처했다. 장관 후보자 자식의 ‘아빠찬스’ 논란으로 MZ세대로부터 도덕성에 대한 화살을 맞기 시작한 새 정부가 비전과 능력 면에서 다시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새 정부 또한 이전 정부의 반복이 될 위험성이 있다.
양극화와 불평등의 땅이 된 한국에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인사 검증 기준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는 일만큼이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것이 새 정부의 의무일지도 모르겠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임명묵 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