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죄송하지만 저희는 해야 합니다"…'아비규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현장
21일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잠정 중단 후 22일만
전장연 "추경호 장애인권리예산 입장발표 약속하면 시위 멈출 것"
일렬로 지하철 탑승 시위…바닥에 엎드려 기어가는 '오체투지'도 진행
경찰·지하철 승객과 전장연 회원 사이 충돌 일기도
인수위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 있어…장애인·비장애인 생활할 수 있는 삶 위해 노력"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발표를 한다고 약속한다면 그 약속을 믿고 입장발표 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사진=강우석 기자 beedolll97@
[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출근길에 대체 언제까지 이럴거에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해야만 합니다"
21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개최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경찰과 지하철 안전요원의 배치 속에서 진행된 이번 시위 도중에는 경찰 및 지하철 승객과 전장연 회원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장연은 21일 오전 7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군데에서 동시에 '제27차 출근길 지하철을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전장연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금일 인수위에서 브리핑한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는커녕, 21년째 외치고 있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했다"면서 지난달 30일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장애인 기본권 보장에 대한 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던 3월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시위현장을 방문해 전장연과 대화를 나눴고,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는 안에 대한 인수위 답변을 4월20일까지 기다리겠다며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하고 삭발 시위에 들어간 바 있다. 하지만 20일 인수위의 장애인 정책 관련 브리핑에 탈시설에 필요한 장애인권리예산과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계획 등 요구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근길 시민들께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며 "다시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위 브리핑은 그 이전에 20년간 양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고 유감을 표하면서 "만약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발표를 한다고 약속한다면 그 약속을 믿고 입장발표 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만약 그 약속도 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답변을 받을 때까지 지속해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매일 경복궁역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5월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때까지 매일 삭발투쟁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는 기자회견 직후인 7시25분쯤부터 시작됐다. 전장연 회원들은 일렬로 줄지어 지하철에 탑승했고 박 대표를 비롯한 몇몇 회원들은 휠체어에서 내린 뒤 열차 바닥에 엎드려 기어가는 '오체투지'도 진행했다.
경찰과 회원들 사이에서는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번 시위가 집시법을 위반한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고 회원들은 경찰이 탑승 시위를 의도적으로 방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회원들이 서로 완력을 사용하는 등 충돌하면서 몇몇 인원이 승강장에서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지속해서 시위 현장을 카메라로 찍는 등 채증(증거를 수집)활동을 벌였는데, 일부 회원들은 "나를 왜 찍냐" "찍을 권리가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운행이 30분 넘게 지연되자 몇몇 승객들은 한숨을 쉬거나 지하철에서 하차했다. 일부 승객은 탑승 시위를 하는 회원들에게 "출근길에 대체 왜 이러냐" "불법적인 건 안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내 시간도 중요하고 아깝다"고 항의했다. 이날 3호선 지하철에 탑승해있던 50대 남성 A씨는 "이렇게 (출근길을 방해하면) 할수록 (장애인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지지 않겠나. 지금 몇 분째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 시간도 중요한데 왜 이렇게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회원들은 "정말 죄송하다. 그렇지만 저희도 이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저희 입장도 한 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지하철 3호선 운행은 오전 8시50분경 전장연 회원들이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16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 돌입하면서 정상화됐다. 해당 결의식에는 전장연 회원뿐 아니라 시위에 함께 참가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와 김재연 진보당 대표도 참여해 발언했다. 공개 발언 도중에는 시위에 반감을 품은 시민이 삭발 현장에 침을 뱉거나 시위를 비난하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21일 오전 8시50분경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16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 돌입했다. 사진=강우석 기자 beedolll97@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시위는 오전 10시경 인수위 사무실 맞은편 고궁박물관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촉구 결의대회'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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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수위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20일 "지금 저희는 인수위이기 때문에 인수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어떤 예산을 확정 짓는다든지 예산을 집어넣는 것은 새 정부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기본 취지를 알고 노력하고 있고 장애인의 여러 의견을 취합해서 가급적으로 많이 수용해 충실하게 실행될 수 있는 국정과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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