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스 수요 급증에도 투자 망설이는 까닭
친환경 정책으로 장기적 수요 여전히 불확실…설비 건설 투자처 찾기 힘들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맺은 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는 장기 수요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분간 가스 가격이 수급 불균형에 따른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세계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 천연가스 선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MMBTU당 4.5달러였으나 지난 18일 장중에는 MMBTU당 8달러를 돌파, 8.07달러까지 올랐다. 업리프트 에너지 스트래티지의 폴 필립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가스 가격이 다소 미쳐 날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번 달에만 24% 올랐고 올해 상승폭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 7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을 10달러에 거래하는 대규모 계약이 이뤄졌다며 향후 가스 가격이 25%가량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EU는 지난달 미국과 2030년까지 매년 500억㎥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EU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지난해 EU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1550억㎥를 수입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계획 중인 많은 LNG 설비 건설 프로젝트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려는 친환경 정책 탓에 장기적인 가스 수요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LNG 설비 건설 비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연간 LNG 생산량은 1200억㎥에 달한다. 2025년에 3개 LNG 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면 생산량이 700억㎥ 증가한다. 외신은 또 다른 2060억㎥ 규모의 LNG 설비 건설 계획이 연방정부 승인을 얻었지만 투자자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럽이 장기적으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신규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집행위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것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LNG 전문가 니코스 차포스는 "지금은 유럽이라는 큰 LNG 고객이 있지만 얼마나 오래 갈지는 전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역시 친환경 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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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설비 건설 비용이 크게 오른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LNG 설비는 기본적으로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그만큼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업체들이 최소 20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거나 생산량의 80% 정도 물량의 판매처를 확보하고 건설 계획을 진행할 정도다. 프리포트 LNG의 마이클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철강 가격이 지난 2년 새 두 배로 뛰었다"며 "100만t 규모 LNG 설비를 짓는 데 비용이 5억달러였는데 지금은 10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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