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2020년 11월8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이 확정됐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한국 정치권에서는 바이든 인맥찾기가 시작됐다.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야권인 국민의힘의 한 사람에게 관심이 쏠렸다.

바로 박진 의원이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바이든과 독대한 사람이 딱 하나 있다"며 "박 의원이 외통위원장을 할 때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과 카운터파트였다. (2008년) 워싱턴에서 장기간 독대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로부터 1년 5개월 후인 지난 13일,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인연이 있는 데다 미국 특사(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를 했던 만큼 예견된 수순이었다.

외교가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박 후보자가 핵심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것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장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여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던 만큼 햇볕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이어지는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해 설득해야 한다는 전략이 나온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배경 중 하나인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박 후보자는 "당시 (발언)취지는 순수했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은 햇볕이 결국 아래가 아니라 위로 갔다고 본다, 실패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위로 갔다’는 것은 북한에 제공한 물질적, 경제적 지원이 인민들에게 가지 않고 김정일, 김정은 등 지도부로 갔다는 얘기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는 문 정부의 대북정책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박 후보자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후보자는 최근 방미 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용어를 꺼내 들었다. CVID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주도한 네오콘이 고안해 낸 표현이다.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원인 중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박 후보자의 대북관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기조였던 ‘비핵개방3000’이 떠오른다. 6자회담과 남북대회, 북·미대화가 순항하던 시기에 집권한 이 전 대통령은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CVID를 다시 사용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3000달러로 높여줄 수 있다는 비핵개방3000을 표방하면서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 정책 역시 실패했다.


새 정부는 북한 무력도발 지속, 미·중 대립, 미·러 대치 등 새로운 냉전 시대로 평가받을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출범하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박 후보자는 현명하고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그 용기로, 비핵화개방3000 역시 "아니다"고 비판해야 할 때다. 진영논리로 대북정책 기조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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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북한의 무력 도발에 강경 대응만 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하책이다. 한미동맹,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대북 억제력을 추구하면서도 한반도 정세 안정성 확보와 대화 재개의 토대를 마련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상책을 마련하기 위해 장고를 해야 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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