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열일곱 번째 띵 시리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고 싶은 마음’으로 22인의 작가들이 모였다. 모두 앞서 언급한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책을 출간했거나 출간이 예정되어 있는 띵 시리즈 작가들이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동자가 커지고 목소리를 높여온 작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주제는 다름 아닌, ‘싫어하는 음식’. 고수, 오이처럼 특정 재료를 싫어하는 사람이 식당에서 주문할 때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하는 이 한마디를 제목으로 삼았다.

[책 한 모금] 그 음식은 싫어요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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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 강조된 음식을 입에 넣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불쾌감이다. 식욕이 뚝 떨어진다. 이걸로 배를 채우다니, 칼로리가 아까워.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 것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데. 나는 좀 짜든지 시든지 감칠맛이 나든지 맵든지 해야 맛있는 맛으로 인식하는 뇌를 가진 모양이다. 사람들이 단걸 좋아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워낙 예쁘고 멋진 디저트가 많으니까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전부 한입 먹고 투항 깃발을 휘날려야 했다. -김겨울 〈단짠 말고 짠짠〉 중에서

도로로. 나는 민트초코의 맛이 싫다. 민트에는 묵직하고 진한 초코의 농도가 완전 안 어울린다. 초코는 입을 꼬옥 다물고 혼자서 음미하는 허밍 같은 맛이다. 반면 민트는 입술을 오므려 바람을 만들어 부는 휘파람 같은 맛. 휘파람 같은 민트에는 가볍고 옅고 투명한 농도의 것들이 어울린다. 이를테면 민트사탕, 민트껌, 민트티 같은 것들. 묵직하고 진한 농도와 여운을 나 홀로 허밍하듯 음미하는 초콜릿에, 휘파람 같은 민트라니. 휘유우우, 경솔한 맛에 바람이 샌다. -고수리 〈단호하게, 유감입니다〉 중에서


지금 송년회 장소까지 가려면? 우선 택시를 불러 근처 큰 도시에 도착해서, 리스본행 버스를 타고, 리스본에선 공항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리스본공항에서 비행기로 유럽 큰 도시까지 가서, 또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천에 도착해서 다시 공항버스를 타야만 한다.

결론은? 지구가 반쪽 나도 나는 올해 송년회에 갈 수 없다. 절대 갈 수 없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올해도 성공했다. 올해도 무사히 도망친 거다. 송년회로부터. -김민철 〈낯가림을 다지는 법, 아시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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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 김겨울 외 21명 지음 | 세미콜론 | 272쪽 | 1만42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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