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검수완박,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의 시간"
검경 수사권 조정 때 상황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 결단 촉구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을 통해 재심 전문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47세·사법연수원 35기)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추진과 관련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의 시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고 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검수완박 강행’의 문제를 바라보는 건 어떤가요"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격하게 대립하다가 정부 합의안이 도출됐던 과정을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018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며 "그 후 민주당은 정부 합의안의 취지를 반영해 수사권 조정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6월 정부의 합의안이 나오기 ‘전’ 경찰과 검찰은 각각 의견을 개진했다"며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가 검찰권 남용의 도구로 쓰이는 부작용이 컸음을 주장하며 검·경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부인,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도 삭제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반면, 검찰은 수사지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용어가 권위적이어서 ‘검사의 사법통제’로 바꾸겠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수사력 약화와 인권침해 등을 들었다. 그리고 수사종결권은 사법기관의 역할이라는 점, 직접수사의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위와 같은 검찰과 경찰의 각 주장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종합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수사제도 개혁의 가치와 방향까지 조명하는 차원으로 발전시키려 했던, 그 결과물이 ‘정부의 합의안’이었다"며 "이렇듯 사회제도의 개혁 과정은, 제도를 운영하는 개개 주체가 현실의 문제점과 모순을 확실하게 제기하는 것이 첫 단계여야 하고(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기관의 의견을 들어보는 이른바 ‘실태 파악’이다), 그 부분적인 문제점 등이 보다 높은 차원에서 종합되고(관련 직역인 법원과 학계 등의 의견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그것이 우리가 향하고 있는 사회의 가치관들의 성격까지도 조명(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 등을 포함한다)하는 차원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박 변호사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서 만든 개정 형사소송법과 개정 검찰청법이 시행된 뒤 혼란이 초래되고 힘없는 국민들이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은 '조직 이기주의'와 진영 논리, 언론, 정치인,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법안이 현실에서 안착하지 못하고 혼란이 적지 않다"며 "그 피해를 형사사건에 휘말린 시민들, 특히 돈 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뭐가 잘못된 것일까. 경찰과 검찰이 각각 주장한 문제점과 모순이 솔직하지 못했다"며 그 근거는 2018년 5월에 각각 제출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서'(경찰, 53쪽 분량)과 '수사권 조정 관련 의견'(검찰, 30쪽 분량)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이 문제점과 모순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인정하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하는데, ‘조직 이기주의’가 많든 적든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문제점 등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었어야 했는데, 언론도 제 역할을 못했다. 국가기관을 악으로 취급하게 한 진영 논리, 이를 이용한 정치인들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리고 문제점 등을 종합한 정부의 능력 부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합 과정 속에서 각 부분이 갖는 모순과 구조적인 문제들이 유기적으로 제시되고 정리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혼란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어느 집단의 구성원이 서로 일을 많이 하겠다고 싸운다는 게 상식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며 "경찰과 검찰의 권한 쟁탈이 ‘전부’인 것처럼 접근하는 바람에 제도 개선의 진정한 목적이 사장돼 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종합 과정에서 우리가 사법제도 개혁을 통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검찰권 남용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범죄자들이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실체진실을 발견케 하고, 형사사법절차에 관련되는 사람들의 편익에 최대한 봉사한다는 측면을 고려해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혁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그는 "검찰개혁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큰 틀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현재 '검수완박'을 둘러싼 갈등에 침묵하고 있는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수사권 조정법안 강행처리 2년여 만에 다시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처리를 강행하는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검수완박 강행’은 어떤 모습인가. 수사권 조정 법안 시행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과 모순을 드러내는 작업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가치가 제시되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종합도 없다. 정부와 청와대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침묵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변호사는 "전문가들이 법안을 보고 다들 놀라고 있다. 학생들이 장난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비난을 받을 ‘상상하기 어려운 법안’이라는 자극적인 비판까지 있다"며 "이런데도 국회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대통령과 정부가 ‘제도개혁이 이런 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강행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2020년 1월 수사권 조정법안을 강행처리했다. 그때와 지금 어떤 ‘사정변경’이 있길래 ‘검수완박’을 강행하려고 하는가?"라며 "‘정당정치’를 주장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그리고 관련 법률과의 체계도 고려치 않은 엉망인 법안’에 이름을 올리는 게 ‘국회의원의 소신’인가?"라고 법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을 통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대통령이 변호했던 사건의 재심을 진행하며 대통령의 인간미를 봤다"며 "또 하나의 사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운 사건이다. ‘페스카마호 사건’이다. 당시 사형선고를 받은(복역 중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됨) 조선족이 보낸 편지와 자료를 보고 재심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이 끔찍한 사건을 변호하면서 ‘가해자도 품어줘야 할 이유’를 말씀하셨다.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에 공감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저지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고민하시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믿는다"며 "그 가치를 지켜야 할 시간,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의 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결단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서글프다"며 "제발 우리 국민들이 '직업적 양심과 소신, 다수 국민의 이익'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글을 맺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2018~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조사했던 대검 진상조사단 8팀에 민간인 조사단원으로 참여했던 박 변호사는 지난해 초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정의실현을 위한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법무부 해명이 나오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추미애 장관님, ‘수사의뢰를 할 당시 상황, 수사의뢰 내용, 수사단의 수사과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는 근거가 없었다”고 양심선언을 해 주목받은 바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